조리시설이 갖춰진 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은 일상적인 화재 위험과 맞닿아 있다. 기름을 쓰는 조리과정에서 불꽃은 한순간에 화재로 번질 수 있고, 더욱이 화염이 후드나 덕트 내부로 번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최근 5년간 부산지역 음식점 화재는 1134건 발생했다. 이는 전체 화재의 10.5%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의 28.4% 또한 음식물 조리 중에 발생했다.
이에 2023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4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 집단급식소, 대규모 점포 내 일반음식점 등에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 또는 이에 준하는 소화설비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주방자동소화장치는 조리기기 상부에 설치돼 화재와 열을 감지하면 가스 또는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소화약제를 자동으로 분사해 화재를 초기 진압하는 장치다.
또 2017년 4월 11일 개정된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별표4에 따라 음식점, 다중이용업소 주방에는 K급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K급 소화기는 약제를 분사해 기름 온도를 낮추고 유막을 형성해 재발화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대응이 어려운 식용유 화재에 적합하다.
다만, 두 기준 모두 신축, 용도변경, 증축 등의 허가를 받은 특정소방대상물에만 적용되며, 기존 영업 중인 시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도적 의무 여부를 떠나, 화재 예방을 위한 자발적인 소화기구 설치는 음식점 운영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화재는 철저한 대비만이 막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식당의 주방에 자동소화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K급 소화기가 제자리에 있는지 점검해 보자.
김정식 부산 남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