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사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을 두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제시해 의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등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노동계, 해양업계는 18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융합의 허브, 부울경 메가시티를 글로벌 물류와 산업 중심의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며 부산·울산·경남(PK) 공약을 밝혔다. 이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 북극항로 개척, 대륙철도 연결, 해수부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립 등 구체적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해양업계와 부산 지역사회는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 발표를 환영했다. 동시에 공염불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대선 전에 이행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전에도 대선 시기에 여러 후보가 거의 유사한 공약을 발표하고 약속했지만, 실제 당선된 후에는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에 구체적 시행 일정 등을 발표해 부산시민들에게 더 강한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사전문법원 부산 유치 법안이 이미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만큼, 대선 전에라도 입법해 의지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일단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해수부 부산 이전이 대선 공약으로 나왔다가 무산된 적이 많기 때문에 실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정말 부산 이전의 의지가 있다면 대선 전에 해사법원 부산 신설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대표도 “해수부 부산 이전, 해사전문법원 부산 신설, 해운물류 관련 공공기관 이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며 “해수부 이전이나 해운물류 관련 공공기관 이전은 집권 초기에 즉시 추진해야 성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지역사회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핵심 현안이다.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만, 세계 1위 조선산업벨트, 국내 최대 수산물 거래소 등을 보유한 해양산업의 중심지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조사원, 해양수산인재개발원, 해양진흥공사 등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다수는 이미 부산에 위치해 있지만, 정작 정책 컨트롤타워인 해수부와 주요 민간 해운기업 대부분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정책 집행의 일관성과 현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수부 이전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한편, 해수부는 이 후보의 해수부 부산 이전 발언에 대한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대선 유력 주자의 발언인 만큼 해수부로서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이나 정부부처 존폐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탄핵정국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치러지는 만큼 인수위 없이 신속하게 출범한다. 대선 결과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해당 부처로서는 그 운명을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에 맡겨야 하는 등 사실상 선택지가 거의 없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기대선으로 치러지는 6·3 대선 정국으로, 아직 각 당은 당내 경선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다. 해수부로서는 각 후보들의 해양수산 분야 공약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입장을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