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앞다퉈 지역 균형 발전 공약을 내놓으며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섰다. 한동훈 후보는 전국 주요 권역에 ‘5개의 서울’을 조성하겠다는 ‘메가폴리스’ 구상을, 홍준표 후보는 ‘5대 관문공항’ 중심의 지역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서울-부산 양대 축’ 전략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거대 공약이 단순한 선거용 청사진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정교한 실행 방안과 단계별 로드맵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발표회에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단순한 분산이 아닌 전략적 집중으로 풀겠다”며 메가폴리스 구상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세종 행정수도’ 공약을 내건 가운데,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식 균형 발전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전국 주요 지역에 서울 수준의 행정·경제 기능을 갖춘 5개 복합도시를 조성하고, AI·바이오·에너지·미래차·반도체 등 5대 국가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대학-연구소-민간이 융합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메가폴리스 육성 방안으로 △산업 유치 △정주 환경 조성 △첨단 인재 육성 △국토 인프라 종합개발 2개년 계획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인천·청주·광주·TK(대구·경북)·가덕도 등 5대 관문 공항을 거점으로 한 지역 균형 발전 구상을 내세웠다. 공항별로 전략 특화산업을 배치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공항은 민간에 매각해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휴대폰, 바이오 등 첨단산업시대 고부가가치 제품을 실어 나를 하늘길을 열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근 지역을 물류·관광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지역 균형 발전 공약을 내놓는 흐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나 실행 로드맵 없이 공약만 나열하는 방식은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후보가 제시한 ‘5대 메가폴리스’ 구상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서울-부산 양대 축’ 전략조차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을 다섯 개 만들겠다는 계획이 과연 현실적인 목표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으로 부산을 수도권에 맞서는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법적 기반 미흡 등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 후보의 ‘5대 관문공항’ 전략 역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이번 공약이 TK(대구·경북) 신공항에 국비를 투입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 쌓기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덕신공항과 달리 민간 자본에 의존하는 TK 신공항 건설 사업을 지역 균형 발전을 담은 대선 공약에 포함하면서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TK신공항 사업을 국가 재정사업으로 돌리는 등 TK 핵심 현안들을 한번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지역 핵심 현안을 전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거대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공약 경쟁이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닌 실현 가능성과 이행력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이날 김문수 후보는 청년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대학가 반값 월세존’ 조성, ‘1인형 아파트 및 오피스텔 공급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정복 후보는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서울런’, ‘천원주택’ 등 저출생 대응과 교육·주거복지 연계정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천원주택 전국 확대를 약속했다. ‘천원주택’은 신혼부부·예비부부·신생아 가정을 대상으로 인천시가 시행 중인 주거복지 프로그램으로, 하루 1000원, 월 3만 원에 공공임대 또는 전세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