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경남 민심 “우주항공청 ‘사천시 일원화’ 당연”

입력 : 2025-04-22 18:30:0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도 “우주의 날, 사천에서 열어야”
연구개발, 항공청 내 핵심 기능
미 NASA·일 JAXA도 통합 운영
“우주항공복합도시로 만들어야”

연구개발 본부 신설 개정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연구개발 본부 신설 개정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에 자리 잡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불확실한 미래를 성토하는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근 신청사 입지도 확정된 마당에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사천시가 아닌 경기도 과천시에서 치르겠다는 이야기(부산일보 4월 17일 자 1면 보도)가 나오면서 사천시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입지 당위성을 재차 묻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도지사는 “우주항공청 개청 1주년 및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 행사의 의미와 상징성을 강조하면서 사천 개최를 요청했다”며 “정부나 과기부에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지만 강한 유감의 뜻을 충분히 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황정아(대전 유성을) 의원 등이 우주항공청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우주항공기술의 연구개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본부 소재지를 대전광역시로 한다’며 조직 이원화를 요구하고 나선 게 발단이다.

여기에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이슈까지 맞물리며 사천시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우주항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도 모자랄 시점에 터를 잡은 우주항공청 지키기에만 급급해야 하는 모양새가 된 까닭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후보까지 대전을 K 과학기술을 이끌 세계적 과학 수도로, 충청도를 미래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위기감이 더해진다.

대전 지역 언론까지 나선 이 같은 움직임에 사천시와 경남도는 우주항공청 입지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구개발본부 분리는 우주항공청 설립 취지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 설립 취지 중 첫 번째는 지역균형발전인데,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를 신설·이전하면 현재 우주항공청 인력은 절반으로 줄어 ‘속 빈 강정’이 된다. 특히 연구개발 기능 없이는 향후 관련 기관·기업·시설 이전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특히나 정부는 기존 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고 있던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 및 산업진흥 기능 통합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을 출범시켰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는데, 다시 연구개발본부를 분리해 이전시키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도 역행한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캐나다 우주국(C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중국 국가항천국(CNSA) 등 세계적인 우주항공 관련 기관들은 모두 행정과 연구개발, 산업 육성·진흥 기능이 모두 통합돼 있다.

경상국립대의 한 교수는 “우주항공청의 미션 자체가 우주항공 관련 R&D를 기획하고 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사천에서 큰 그림을 그린 뒤 예산을 책정하고 기획을 하면 이를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그런 우주항공청의 기능을 분리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구개발본부 분리로 파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개발 기능이 사라지면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는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우주항공복합도시는 우주항공산업 기능을 중심으로 행정복합타운, 산업지구, 주거지구, 상업·관광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유발하는 자족형 복합 도시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조성되며, 행정·산업·주거시설의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브라질·인도·일본 등 신흥 우주항공 강국들은 모두 국가 우주항공 기관을 중심으로 산업 인프라는 물론, 연구·교육기관까지 모두 집적화돼 있는 ‘글로벌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조성한 상태다.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인 연구개발 기능이 분리된다면 사천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천시 지역사회는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우주항공청의 사천 입지를 경남의 대선 공약으로 못 박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태부 사천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사천에는 국내 최대 항공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항공MRO 산업, 우주항공국가산단 등 우주항공산업 핵심 기반이 몰려 있다”면서 “경남에는 국내 우주항공 관련 제조 산업의 60%가 집적화돼 있고, 산업 인프라는 연구개발 기능이 가까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는만큼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할 것이 아니라 모든 대선 후보가 공약을 내걸고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