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PK)이 박스권에 갇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결과, 한 달 만에 PK의 이 후보 지지율이 10%포인트(P) 이상 상승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열리며 이재명 대세론이 굳혀졌고, 최근 이 후보의 부울경 메가시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지역 민심 달래기 카드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고전했던 PK 민심이 요동치면서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PK에서 49.6%를 기록했다. PK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0.8%, 한동훈 후보 9.9%, 홍준표 후보 8.5%, 나경원 후보 3.8%, 안철수 후보 3.2%였다. 보수 후보 5명 지지율(36.2%)을 다 합쳐도 이 후보 지지율보다 13.4%P 낮다.
눈에 띄는 것은 PK에서 이 후보 지지율 상승세다. 지난 3월 초 이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빈손 회동’ 논란 이후 발표된 3월 2주 차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PK에서 대선 주자 적합도 38.8%를 기록했다. 당시 보수 김문수(20.5%), 한동훈(7.9%), 홍준표(7.7%) 후보 등 보수 후보들 지지율 합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비등했는데, 한 달 새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 후보는 박 시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지역 사회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 후보는 PK에서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지며 고전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후보가 부울경 메가시티와 해수부 이전 등 부산 민심 달래기 카드를 내놓으면서 여론이 반전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 후보의 PK 지지율은 박 시장과 빈손 회동 논란 이후 한 달 만에 10%P 넘게 올랐다. 타 지역과 비교해도 PK에서 이 후보의 상승세가 가장 높았다.
이 후보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공약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내세웠고 산은 이전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반발이 적고 지역 사회가 환영할 만한 해수부 이전과 같은 확실한 카드로 지역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는 최소화하고 공약 중심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인데, 현재까지 PK에선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을 뿐더러 여전히 후보 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 공방이 이어져 유권자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PK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이 높으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반윤(반윤석열)-비명(비이재명) 보수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이들이 실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당 입장에선 선거 당일 이들의 선택을 받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이처럼 PK 민심이 대선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당 최종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는지 등 향후 대선 때까지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PK 여론이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