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이 동남아시아를 통해 우회 수출하던 태양광 제품에 최대 3500%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면서 한국 태양광 회사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 한화큐셀과 OCI 등은 관세를 사실상 피해간 데다가 미국 내 공장도 가지고 있어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과 패널에 대한 AD(반덤핑) 및 CVD(상계관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산정된 관세율은 기업과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반덤핑관세는 최대 271.28%, 상계관세는 최대 3403.96%에 달한다.
캄보디아 생산업체들은 미국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반덤핑관세(117.18%)와 상계관세(3403.95%)를 합쳐 총 3521.14%의 관세율이 결정됐다.
상무부는 “상계관세 조사에서 이들 4개국의 회사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온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남아 4개국에 공장을 둔 이들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미국에 태양광 제품을 싼 값에 팔아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화큐셀과 퍼스트솔라 등 7곳의 태양광 업체들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 무역 위원회’가 지난해 4월 상무부에 요청해 시작됐다.
미국 태양광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업체들의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화큐셀의 말레이시아 법인에는 14.64%의 낮은 관세가 적용됐다. 반덤핑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고, 정부 보조금이 일부 있다고 판단돼 CVD만 부과됐다.
한화큐셀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한 태양광 셀을 미국 조지아주 ‘솔라 허브’ 공장에 보내 모듈로 제작한다. 솔라허브는 8.4GW(기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로 한화큐셀이 약 3조 원을 투자해 올해 중순 완공 예정이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모듈 가격이 상승하면서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늦어도 관세 발효 시점인 6월 9일부터는 미국 모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큐셀을 포함한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해 영업손실 2757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향후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이던 미국 태양광 시장 업황도 반등할 전망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수입 감소 등으로 올해부터 태양광 모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태양광업체 OCI홀딩스 역시 미국 태양광사업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를 두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미션솔라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에 2GW 규모의 태양광 셀 생산 공장을 구축해 내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션솔라에너지의 모듈공장에 더해 셀 공장 증설이 2026년 이뤄질 것이고 향후 웨이퍼 공장 역시 건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을 미국으로 보낸 후 잉곳·웨이퍼, 셀 수직계열화를 통해 핵심 소재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