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지난 4·2 재보궐 선거 때 공언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지원금’(부산일보 4월 17일 자 11면 등 보도) 공약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책 필요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상황에 변 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약 실행 의지를 재확인한 데 이어 집행부도 지급 근거가 될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며 속도를 내자, 칼자루를 쥔 시의회에선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은 22일 열린 제25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한 어떠한 근거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예산 편성의 객관적 타당성과 효과 분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기연구원 연구 자료를 근거로 “단순 현금지원은 민생 회복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KDI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의뢰로 수행한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재난지원금 성과분석 연구’ 결과 정액 지급보다 매출 감소율에 따른 차등 지급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김 의원은 “위기 속에서 더 큰 피해를 본 계층에게 정확하고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라며 “단순 현금 지원은 소상공인에게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기능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연구원 2024년 보고서 역시 ‘전 계층 보편 지급보다 하위 80% 선별 지급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더 크고, 재정 운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그는 “복수의 정책 평가 연구들은 보편적 현금 지원 정책이 반드시 경제 활성화나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잘못된 방향의 재정 투입은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약화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며 “시민의 세금이 선거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시민의 세금이 정치적 수단이 되지 않도록, 우리 의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시민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이미숙 의원은 “수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나고 소상공인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 민생지원금은 마른하늘의 단비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입 보전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원금이 단순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데다, 지역화폐를 통한 지원책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 사례도 다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관내에서 소비되는 만큼 지역 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민생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당 최양희 의원도 언론 기고를 통해 “정치란 시민 삶을 살피고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알맞게 투입하는 것”이라며 “거제 경제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건 민생회복지원금”이라고 했다.
이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는 만큼 지방채 발행이나 정부 지원 없이 집행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시민 삶을 부양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하면 빚을 내어서라도 해야 하는데 빚을 내지 않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현재 586억 원이 적립돼 있다.
최 의원은 “정책 시행을 위해선 470억 원 상당이 필요하다. 그래도 100억 원이 남는다”며 “그동안 시민인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인데 시민이 어렵고 힘들 때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제시는 준비가 됐는데,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과 신금자 의장은 소상공인과 시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내달 임시회를 열어 관련 조례와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거제시는 지난 14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근거가 될 조례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5월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한다는 목표다.
관건은 시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7명, 무소속 2명 구성이다. 양당 출신인 무소속 2명의 정치 성향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수다.
첫 관문인 경제관광위원회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2명이라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시 ‘8 대 8’ 가부동수로 부결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소속인 신금자 의장은 집행부가 요청한 5월 임시회를 거부했다.
신 의장은 “시의회와 사전 교감이나 공감도 형성도 안 된 조례를 통과시키려 없던 회기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6월 정례회 때 안건이 상정되면 숙고해 보겠지만 정치적 판단을 떠나 재정안정화기금을 선심성 예산으로 소모해 버리는 건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