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에서 지난 3년 동안 싱크홀이 12번 발생하는 동안 요지부동이었던 부산시가 지난 14일 싱크홀 발생 10일 만에 뒤늦게 특별 감사에 착수한다. 연이은 싱크홀 발생 이후 교통공사와의 책임 공방, 행정 책임 가리기에 치중한 감사로 지난 10일 동안 난맥상을 보인 상황에서 시의 감사가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시는 오는 28일부터 사상~하단선 1공구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1공구는 지난 13일과 14일 연이어 싱크홀이 발생한 공사 구간이다. 사고 열흘 만인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1공구 특별 감사를 긴급 지시했다.
당초 시는 1공구에 대해 감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2일 2공구 감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시는 1공구에 대한 감사 여부를 시가 이달 싱크홀 사고 이후 발족한 ‘지반침하 특별대책 상설 TF’ 조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박 시장 지시로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이다.
뒤늦은 감사 결정은 싱크홀에 대한 시 태도가 여전히 안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에서는 총 14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1공구에서는 지난 14일까지 총 12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러나 첫 싱크홀이 발생한 2023년 1월 5일 이후 840일 동안 시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공구에 대한 시의 감사는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행정 오류 등에 치중해 싱크홀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 해결책 등은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박 시장 지시로 실시하는 긴급 감사에도 시민들의 기대치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별 감사와 더불어 전문가로 구성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도 사고 열흘이 지나서 운영을 시작한다. 지반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여름철 장마 기간도 다가오기에 하루빨리 조사가 이뤄져야 했으나, 사고 직후부터 조사위 가동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지속적으로 해당 구간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만큼 시가 전반적인 부분을 조사해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구간의 측구(도로 양옆 배수로)를 관리하는 사상구청도 뒤늦게 측구 파악에 나섰다. 사상구청은 싱크홀 주요 유발 원인으로 지목되는 측구 현황을 파악하고자 ‘새벽로 일원 측구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25일부터 측구 조사에 착수한다. 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부터 학장동 한국금속까지 약 2.3km 구간에 있는 측구 내부를 조사하는 게 핵심이다.
과거 6차례 싱크홀의 원인이 측구 관련이었지만 그 동안 측구 전체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사상~하단선 공사 주무 기관인 부산교통공사 측과 예산 문제 등으로 측구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에서 이번 긴급 용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측구의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별도의 정비 계획 수립 기간까지 고려하면 다가오는 여름철 장마까지 측구 정비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 안일한 대응은 비슷한 시기 싱크홀이 연이어 발생한 서울시의 대처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시는 싱크홀 관리 필요성에 따라 담당하는 부서 인력을 현재 2명에서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전문직 인력 1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2개 팀 9명으로 운영되던 지하 공간 관리 조직을 30명 규모의 ‘지하안전과’로 확대하겠다는 대책과 비교해서는 부족한 현실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