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 ‘전 시민 20만 원+2000억 상생기금’ 공약 장외 여론전 치열

입력 : 2025-04-26 13:41:06 수정 : 2025-04-26 19: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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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태열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 사무국 제공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태열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 사무국 제공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지난 4·2 재선거 때 공언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2000억 원 규모 지역상생발전기금’ 공약을 놓고 정치권의 장외 여론전이 치열하다.

변 시장과 대척점에 선 국민의힘이 ‘포퓰리즘’, ‘상생이 아닌 강요’라며 공세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라며 우호적 여론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거제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이태열 의원은 26일 언론 기고를 통해 “경제는 순환이고 순환의 시작은 지출”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은 단순한 현금지원이 아닌, 소비심리를 살리고 멈춰버린 지역 경제의 순환을 다시 돌리기 위한 공공의 투자”라고 주장했다.

지원금 수혜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으려는 조처다. 사용 기한도 정해 단기간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현재 585억 9900만 원이 적립돼 있다.

기금 설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최대 90%, 526억 원까지 집행할 수 있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건정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시는 ‘5월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입법 예고한 조례가 통과되면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한다는 목표다.

이 의원은 “일반적으로 소비지출의 승수효과는 2~3배로 평가된다. 이번 지원금도 최소 11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소비를 통한 경제 회복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거제에 필요한 것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지금 시민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며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정쟁이 아닌 회복, 논쟁이 아닌 실행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같은 당 이미숙 의원과 최양희 의원도 언론 기고문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시민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수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나고 소상공인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 민생지원금은 마른하늘의 단비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기적 수입 보전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변광용 거제시장 4·2 재선거 SNS 홍보물. 부산일보DB 변광용 거제시장 4·2 재선거 SNS 홍보물. 부산일보DB

반면 국민의힘은 “단순 현금지원은 민생 회복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선민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제25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한 어떠한 근거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예산 편성의 객관적 타당성과 효과 분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기연구원 연구 자료를 근거로 “복수의 정책 평가 연구들은 보편적 현금 지원 정책이 반드시 경제 활성화나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잘못된 방향의 재정 투입은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약화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동수 의원도 “재정안정화기금은 지방 재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지 시장 개인의 선거 전략을 위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특히 변 시장과 민주당이 강조하는 정책 ‘실효성’에 대해 ‘한때의 착시효과’일 뿐이라 짚으며 “지원금이 관내에서 쓰여도 그중 절반 이상은 각종 결제 대금으로 관외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지역 재원을 외부로 유출 시키는 지역 적대행위”라고 일축했다.


거제시는 지난 18일 삼성중공업 본관 접견실에서 ‘상생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거제시는 지난 18일 삼성중공업 본관 접견실에서 ‘상생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이 기금은 20만 원 지원금과 함께 변 시장의 재선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3자가 향후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해 1500억 원 상당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조성된 기금은 △중소상공인 지원 △지역 특화 개발 △기업 환경 개선·지속 성장 강화 △내국인 고용 인센티브 △지역 출신 정규직 채용 △노동자 실질임금 향상 등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 노동자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변 시장은 지난 18일과 22일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을 찾아 경영진에 기금 설치와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실무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대 조선소 경영진 모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약 설계 과정에 기업과 충분한 논의나 교감이 없었던 탓이다.

김선민 의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반드시 이행돼야 하고, 지자체가 지역 대기업에 지역 환원과 상생을 요구하는 시도 자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접근 방식과 배경,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제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기금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생은 강요가 아닌 협의의 산물이어야 하며, 신뢰 관계 속에서 상호 유익한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그 과정에 시민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2일에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김희철 대표이사와 상생 간담회를 갖고 상생발전기금 조성 등 지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일보DB 변광용 거제시장은 22일에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김희철 대표이사와 상생 간담회를 갖고 상생발전기금 조성 등 지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 노동자로 제8대 거제시의원을 지낸 이인태 씨도 앞선 언론 기고에서 “지역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 기금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기업의 자금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한 결과에서 나오는 가치인데 노동자 몫으로 돌아가야 할 재원을 공공의 이름으로 전용하려는 발상은 상생이 아닌 강제, 협치가 아닌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놓고 지역 안팎에서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변 시장은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 조성 이유와 추진 방향, 운용 계획,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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