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1·2호선이 교차하는 부산진구에서 하수관로 긴급 점검에 나섰다.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주변에서의 잇따른 싱크홀 사고로 시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다른 지자체도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동구 충장대로 지하차도 공사 현장과 고속철도 부산역 승강장 등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진구청은 지난 23일부터 주요 하수관로에 대해 긴급 점검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1983년 이후 매설된 직경 500mm 이상 관로 4.4km 구간으로 예산 2200만 원이 투입된다. 해당 관로는 도시철도 1호선 양정~범일역, 도시철도 2호선 개금~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구간을 따라 주변에 매설됐다. 이번 점검은 CCTV 장비를 활용해 내부 파손과 누수 여부 등 전반적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에 정기적으로 시행된 육안 조사나 GPR 탐사로는 발견되지 않는 하부 공동(지면 아래 빈 공간)을 찾으려면 관로 내부를 직접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청은 다음 달 중순께 조사를 마친 뒤 분석 결과에 따라 상반기 내에 정비 계획을 수립한다. 점검 중 지반 침하 등 정비가 시급한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즉시 보수하거나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구청이 하수관로 긴급 점검에 나선 건 지난 13~14일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에서 연이어 터진 싱크홀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2023년 이후 해당 현장에서 확인된 지반 침하만 14차례였기에 별다른 대책도 없이 땅 위를 지나다녀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부산진구는 사고가 일어난 현장과 떨어져 있지만, 지반침해 발생 땐 특히 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중앙·가야·전포대로 등 도심을 동서남북으로 잇는 주요 간선도로가 지나 차량 통행량이 많다. 간선도로를 따라 부산 최대 환승역인 서면역을 포함해 도시철도 1·2호선이 있고, 그 주변엔 하수관로가 놓여있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부산진구는 도시철도 노선을 따라 하수관로가 놓여 시민들의 발밑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긴급 조사를 통해 지반 침하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싱크홀 포비아’는 부산 전역으로 번진 모양새다. 지난 2월 7일 부산 동구 충장대로 지하차도 공사 현장에서도 지반 침하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고속철도 부산역에서도 승강장 지반이 갈라지고 내려앉는 현상이 나타났다. 충장대로 지하차도 공사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부산의 관문’ 부산역과 인근 지하차도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나자 지난 2월 26일 부산시는 긴급 조치와 안전 점검에 나섰고 27일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해양수산부, 동구청 등과 함께 현장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부터 9월까지 부산역 승강장 침하 원인을 밝히고 보수 대책을 세우기 위한 정밀진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선로 하부의 공동을 확인하기 위한 지반 탐사에 착수했다.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지하차도 공사가 부산역 등 주변 지역 침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용역을 7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