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조직 개편을 통해 부서 명칭에 ‘민주’ ‘시민’ ‘혁신’이라는 표현을 잇따라 반영하며, 본격적인 ‘좌클릭’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성향이 짙은 부산시의회는 ‘김 교육감이 취임 직후부터 정치 성향을 과하게 드러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 달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앞두고 시의회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면서, 김 교육감의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예상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본청 및 직속기관 기구 일부 조정’이라는 제목의 설명 자료를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오는 15일 시행 예정인 본청과 직속 기관 대상 조직 개편안이 담겼다. 다만 조직 개편은 시의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청 내부 규칙 개정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교육정책과’를 ‘민주시민교육과’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정책과는 부교육감 직속 기구로, 지역 교육의 방향성과 실행 과제를 총괄하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아울러 교육정책과 산하 4개 팀 중 ‘학교정책팀’은 ‘학교혁신팀’으로, ‘교육희망팀’은 ‘민주시민교육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민주’ ‘시민’ ‘혁신’ 등 진보 진영의 상징적 언어가 조직 명칭에 대거 반영된 셈이다.
시교육청은 이번 조직 개편의 목적은 교육감 공약 이행을 위한 체계 마련에 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민주시민교육과는 교육감이 공약한 세부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이 공약한 △임시정부 대장정 재개 △독립 역사 탐방 확대 등을 ‘민주시민교육과’가 중점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직 개편이 김 교육감의 본격적인 ‘좌클릭’ 행보로 읽히면서 보수 성향의 부산시의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6명 전원이 국민의힘이다. 강무길 교육위원장은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 정책이 김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나치게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 정책 전반을 총괄하던 부서가 민주시민교육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시교육청이 6월에 2025년도 제2차 추경 예산안 편성을 요구할 텐데, 면밀히 심사해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재선거로 당선된 김 교육감은 임기가 내년 6월 30일까지 1년 2개월에 불과해 남은 기간 공약 추진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수적이다.
김 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초등 입학준비금 30만 원 지원' 사업을 두고 시의회에서 직접적인 비판도 제기됐다. 신정철(해운대1) 의원은 30일 시정질문에서 "초등 입학준비금 공약은 재검토돼야 한다"면서 "고교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단된 교육재정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무상복지사업을 추가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교육감은 취임 직후 부산 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시청하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라고 지시했다. 또 시교육청은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를 안전주간으로 지정하고, 청사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세월호 추모 행사가 열린 것은 보수 성향 하윤수 전 교육감이 이를 중단한 이후 3년 만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