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정치 혼란기에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 수가 4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45명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 임명됐다.
정권교체기마다 보수 진보 정권할 것 없이 보은성·알박기 인사가 되풀이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연합뉴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 3일부터 최근까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전체(344개) 14.0%인 48명이었다.
그 중 45명은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임명됐다.
물론 이들 기관장이 새로 임명된 것은 전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임기 종료로 인해 새 기관장을 선임한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권이 출범한 뒤 새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기간 중 이른 바 ‘보은성’으로 여겨지는 인사도 많다. 올해 1월 16일 임명된 최춘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3월 17일 임명된 김삼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도 미래통합당 소속 20대 국회의원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4월 4일 이후 임명된 기관장도 8명이나 된다. 4월 18일 임명된 검찰 출신 김영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48개 공공기관을 주무기관별로 보면 과기부 산하가 6명으로 가장 많고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5명), 문체부·산업부·해수부·환경부(4명),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별도로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공공기관은 37곳이었다. 13곳은 기관장 자리가 비어있다.
이들 50곳은 새 정부가 출범할 6월 4일 전까지 새 기관장이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알박기’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1년 넘게 공석이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윤석열 선대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용호 전 의원이 제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성도 없는 내란 잔재 세력이 측근 챙기기용 알박기 인사를 강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4월 25일 신임 한국마사회장 최종 후보자를 비공개로 의결했다. 역시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채용 절차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전 일부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를 단행한 적이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 역시 새 정부의 정책철학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