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건 가수 현미의 노래일 뿐”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공개했다. 그는 “지더라도 명분 있게 져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김문수 후보에 대한 비난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선 초반 국회의원 48명, 원외 당협위원장 70여 명의 지지를 받았고, 국민 여론도 앞섰기 때문에 2차에서 무난히 과반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과 당 지도부가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기 시작했다”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 했다. 설마 대선 패배가 불보듯 뻔한 일을 자행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게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문수는 스스로를 ‘김덕수’라고 부르며 돌아다녔고, 지도부는 김문수가 만만하니 나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벌이고 있었다”며 “나를 지지하던 인사들은 순식간에 김문수 지지로 돌아섰고, 어느새 김문수가 당원 지지 1위로 올라섰다. 그 사실을 2차 경선 나흘 전에서야 알았다. 그때부터 이 더러운 판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를 향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왜 김문수를 비난하느냐”고 반문하며 “그는 당신들의 음험한 공작을 역이용했을 뿐”이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무상열차를 타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는 왜 비난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지도부를 향해서는 “니들이 한 짓은 정당하냐. 나라를 망쳐놓고 이제 당도 망치려 하느냐”며, “지더라도 명분 있게 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너희는 이념 집단이 아니라 이익 집단일 뿐이다. 영국 보수당이 그렇게 소멸했다”고도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직격탄을 날렸다. “윤석열은 나라를 망치고 이제 당도 망치고 있다”며 “용병 하나 잘못 들여 나라가 멍들고, 당도 멍들고 있다. ‘오호 통재라’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의 이번 발언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김문수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비상대책위원회 해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시장의 메시지는 김 후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차단하고, 지도부의 일방적인 당 운영에 견제구를 던진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전 시장은 전날(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김 후보 교체설에 대해 “대선 경선 4강에 든 후보들은 최소한 2억 원씩 비용을 냈다”며 “그걸 모두 변상한 뒤 후보를 교체하든 말든 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당 지도부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며 “윤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당무에 개입하지 말고, 나라와 당을 혼란에 빠뜨린 일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은거하라”고 촉구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