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이 세계적인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음악 감독(Music Director)에 선임됐다.
1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라 스칼라 극장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음악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곳이다. 아시아인이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직을 맡는 것은 250여년 가까운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피아니스트로 음악가 생활을 시작한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임명되며 지휘자로도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유럽에 진출해 독일 자르브뤼켄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단 음악감독 등을 역임했다. 정명훈은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 객원지휘자이자 파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명예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계관 지휘자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라 스칼라 극장과 오랜 기간에 걸쳐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1989년부터 아홉 차례 오페라 프로덕션을 맡아 84회의 공연과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치다. 2016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지휘하는 등 라 스칼라 극장의 해외 오페라 투어를 지휘한 경험도 있다. 2023년에는 라 스칼라 극장 소속 관현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추대됐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