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들이 100년 역사를 간직한 북항 제1부두에 모인다. 내달 4~8일, 5일간 북항에 4300평 규모로 들어서는 ‘포트 빌리지 부산’이 그 무대다. 작년 영도를 들썩이게 한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의 두 번째 버전이다.
유럽 항구 마을을 콘셉트로, 부산 바다를 먹고 보고 체험하는 축제다. 지역 F&B(식음료) 브랜드 60팀, 리빙·라이프 플리마켓 50팀이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행사를 기획한 부산 스타트업 (주)푸드트래블은 ‘미식도시 부산’을 이끌 ‘미식 IP(지식재산권)’를 늘려 나가고 있다.
■푸드트럭이 ‘마을’이 되다
크리스마스 빌리지와 포트 빌리지는 마을 콘셉트의 마켓에서 세계의 맛과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가장 중심은 ‘미식’이다.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푸드트래블 박상화 대표는 “세계 어디를 가도 부산처럼 다양성이 있는 지역은 없다”며 “부산은 지리적·역사적 특성상 정말 많은 재료와 음식이 있는데, 부산의 가장 큰 관광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업 전 푸드트럭을 찾아다니면서 세계 미식 여행을 다녔다. 유럽 60여 개 도시를 여행하고 미국의 유명한 푸드트럭 회사 유타컵에서 일하기도 했다. 28세 때 푸드트래블을 창업해, 벨기에 감자튀김을 파는 벨지움 트래블 트럭 운영을 시작했다.
부산의 다양한 축제에 참가하며 잘나가는 듯했지만 코로나19가 덮쳤다. 매출액이 주저앉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됐다. 깊은 고민 끝에 푸드트럭의 ‘엔터테인먼트 관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연예인 커피차’를 떠올린 것이다. 기업이 연예인들이 받을 법한 선물을 직원이나 외부 고객사에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기프트럭’을 시작했다. 포스코 등 대기업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매출액도 뛰었다. 2020년 1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8억 원, 2022년 35억 원, 2023년 49억 원, 지난해 57억 원으로 쑥쑥 올랐다.
기프트럭이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것을 보고, 지난해에는 ‘마켓 창고’ 아이템을 떠올렸다. 대기업들이 보내는 기프트럭에 로컬 제품을 하나씩 얹어 왔던 터였다. 판로와 홍보에 목마른 로컬 브랜드들에 ‘바퀴’를 달아 주면 ‘날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삼진어묵과 모모스커피처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부산 브랜드가 충분히 더 나올 수 있다”며 “그런 생태계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빌리지 행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항구 마을에 모이는 부산 청년
지난해 연말 영도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빌리지에는 11일간 총 8만 명이 방문했다. 지역 소상공인 브랜드 144개가 참가했고, 매출 9억 원을 달성했다. 한 입점업체는 최대 매출액 56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행사 기간 영도구 방문자는 예년보다 15% 증가했다. 화제성도 컸다. 축제 기간 SNS 등 온라인을 통해 955만 회가 넘는 노출이 이뤄졌다. 네이버 선정 ‘전국 지역 축제 1위’와 ‘전국에서 꼭 가봐야 할 크리스마스 축제’ 1위를 차지했다. 행사 기간 티맵 기준 부산시내 차량 유입률 1위, 전국 차량 유입률 4위였다.
내달 열릴 포트 빌리지 행사에도 300여 팀이 지원해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F&B 60팀 중 90% 이상은 부산 로컬 브랜드로 선정했다. 글로벌 무대에 뛰어든 로컬 브랜드 ‘해운대암소갈비’와 ‘모모스커피’도 함께한다. 특히 해운대암소갈비는 광안리의 ‘원웨이브레드’와 협업해 장조림을 샌드위치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저토마토 등 부산에서 나는 과일을 활용한 디저트 브랜드 ‘아틀리에 스미다’, 과일 도매 가업을 이어받아 음료로 재해석한 ‘프루토 프루타’, 미국 스타일 내슈빌치킨버거 브랜드 ‘치킨버거클럽’, 부평 깡통시장에서 시작한 베이커리 ‘밀곳’도 참여한다.
행사 예산 4억 원은 푸드트래블이 자체 출연한다. 향토 기업들의 후원도 있다. 박 대표는 “빌리지 부산의 본질은 소비자 만족”이라며 “기업과 공공기관 거래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처럼
포트 빌리지가 열리는 북항 제1부두는 6·25전쟁 때 유엔군 원조 물자가 들어왔던 곳이다. 부산 재건의 출발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매년 연중행사로 치러질 포트 빌리지는 미국의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를 꿈꾼다.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식 축제로, 매년 140만 명이 찾는다. 지역 레스토랑과 푸드 트럭이 참여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음악 공연과 문화 행사가 함께 열린다.
박 대표는 “내년 포트 빌리지에는 전 세계 각 지역의 로컬 브랜드를 유치할 계획이다”며 “부산 로컬이 해외로 나가고, 또 세계 로컬이 부산을 찾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한국관광공사 부산울산경남지사, 부산관광공사가 공동 주최로 참여했다. 타 지역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중 최다인 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만라인페이와도 연계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