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시로 통영 톺아보기
통영은 '눈에 띄는 모든 풍광이 시(詩)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진 한 장과 다섯줄 이내의 짧은 시 한편으로 시와 나의 삶이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조응한다. 사진이 곧 그림이 되고 시가 되며, 시가 곧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는 융합과 통섭의 세계가 디카시 안에 있다. 일상에서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며, 수행자로 거듭난다. 최진태 지음/도서출판 흐름/220쪽/1만 8000원.
■ 차면 기운다
부산지역 방송기자 출신 원로 최화웅 작가가 15년째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리며, 평범한 일상을 꿰뚫고 흐르는 강렬한 순간들을 포착한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제1부~5부까지 각 11편씩 55편의 생활 에시이를 싣고, 제6부에선 ‘수필, 미래의 문학을 이끌다’, ‘탈고와 퇴고의 미학’, ‘글쓰기는 깨우침’ 같은 제목으로 그의 수필론을 붙였다. 최화웅 지음/수필과 비평사/436쪽/1만 8000원.
■ 그림이 있는 질마재 신화
가장 탁월한 민족문학의 사례로 평가받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질마재 신화>가 올해로 출간 50주년이 되었다. 유명 화가 황주리는 시 편편에 대한 오마주 형식의 그림으로 미당의 시세계를 회화성으로 답하고 있는 책이다. 시집의 정본에서 33편의 시를, 그 시에 대한 화답으로 26개의 그림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서정주 글·황주리 그림/은행나무/96쪽/1만 5000원.
■음악을 한다는 것은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인 김보미의 에세이. 국악과 록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장르에서 창의적인 궤적을 그리는 뮤지션. 해금을 처음 잡은 때로부터 잠비나이 멤버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기까지, 해금을 통해 전통과 미래, 예술과 일상을 오가며 느끼고 경험한 것을 따뜻한 문체로 들려준다. 김보미 지음/북하우스/272쪽/1만 8000원.
■달리기의 기쁨
기자로 화려한 커리어를 밟던 벨라 매키가 불안장애와 이혼으로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난 뒤, 달리기로 삶을 재건하는 과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제대로 뛰어본 적 없었던 저자는 삶의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에 다름 아닌 달리기를 선택한다. 가장 간단하고 원초적인 움직임이 그녀를 구원해가는 모습. 벨라 매키 지음·김고명 옮김/갤리온/388쪽/1만 8000원.
■차별의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
시대·공간·인종을 넘어 반복되는 차별의 구조를 보여주는 책.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차별적인 구조 위에서 세워졌는지 분석한다. 조선족 간병인과 파독 간호사,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하와이의 조선인, 배화사건의 화교와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등을 통해 ‘차별’은 혐오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해온 시스템이란 것을 깨닫는다. 정회옥 지음/위즈덤하우스/264쪽/1만 8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