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1일부터 간호법 시행에 따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골수에 바늘을 찔러 골수 조직을 채취하는 골수 천자, 피부 봉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위임받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미 이런 방침을 공론화해 왔지만, 그간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피크앤파크 컨벤션 로얄홀에서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 업무 법제화에 따른 제도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공개했다. 이 규칙은 내달 21일 시행 예정인 간호법에 따라 제정 중인 하위법령으로,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진료지원 업무 행위 목록 고시안도 포함됐다.
이날 공개된 진료지원 업무는 총 45개 의료 행위로 구성됐다. 내달부터 PA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라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전공의 등 의사가 수행해 온 45가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증 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비위관과 배액관의 삽입·교체·제거 △수술 부위 드레싱 △소견서·진단서 초안 작성 △수술 관련 침습적 지원·보조 △동맥혈 천자 △골수·복수 천자 △분만 과정 중 내진 △흉관 삽입 및 흉수 천자 보조 △피부 봉합·매듭과 봉합사 제거 △절개와 배농 등이 포함됐다.
진료지원 업무 수행 의료기관은 ‘진료지원 간호사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의사와 간호사를 각각 1인 이상 반드시 포함하는 5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운영위원회는 간호사별 직무기술서를 심의·승인하고, 진료지원 인력이 교육 이수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하도록 관리·감독한다.
진료지원 인력에 대한 교육은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같은 유관 협회가 맡을 수 있고,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그 밖에 복지부 장관이 전담간호사 교육과정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도 맡을 수 있다.
PA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른 자격을 보유한 전문 간호사와,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이 있고 교육 이수 조건을 충족한 전담 간호사를 의미한다. 다만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1년 이상이라면,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라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복지부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진료지원 인력이 1만 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PA 간호사는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부족한 의사 인력 대신 활용돼 왔지만, 의료법상 근거가 없어 지위가 불안정했다.
복지부는 정부 고시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확정하고 공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는 그간 업무를 수행한 인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PA 간호사 양성화는 초기 공론화 당시부터 의사들이 크게 반발해온 사안이다. 지난해 8월 간호법 제정으로 올 6월부터 PA 간호사 제도 시행은 예고된 일이었으나, 이날 구체적인 업무 범위가 공개되면서 또다시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 간호법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의협은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 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의 법이기도 하다”며 “간호법 제정 강행으로 PA에 의한 불법 무면허 행위에 면죄부가 생기고 간호사의 의사 행세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