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6·3 대선 사전 투표를 일주일 앞둔 2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찾았다. 다음 날인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까지 나서며 레이스 중반부 지지층 결집을 통한 세몰이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양산 집중 유세에서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본산인 부산·울산·경남(PK) 진보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우선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이 후보는 “우리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참 배울 게 많지만 그 중에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말은 ‘국민이 곧 국가다’”고 말했다.
이어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을 거론, “몇 가지 말씀만 간단하게 드리면 우리 김경수 전 지사께서 추진하던 부울경 메가시티 장기적으로 반드시 해야될 일”이라며 “앞으로는 도시 간 경쟁이 사실은 국제 경쟁의 중심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합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에 싸움질하느라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작은 차이들을 넘어서서 정치도 좀 화합하고, 포용하자”며 “개인 또는 특정 정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그런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친노, 친문을 겨냥한 발언에 집중한 그는 유세에 앞서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를 만났는데, 이는 이번 경남행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간 통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다음 날인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의 대면은 봉하마을에서 성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퇴임 이후 3년 연속 이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 후보도 지난해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며 정국과 관련 장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연달아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과 노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진영 내 결속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그간 PK(부산·울산·경남) 민주당의 정신적 구심적 역할을 했다. 그만큼 PK에선 비이재명계 주축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 후보가 추도식 참석을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친노·친문계 인사들과 조우할 가능성이 큰데, 이들과의 만남으로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각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부울경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무선 자동응답,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P))한 결과, 전주까지 PK에서 우세를 보여 온 이재명 후보는 14.7%P 하락한 34.4%를 기록했으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4.2%P 오른 53.6%로 집계됐다. 대선 레이스 초반 노무현, 문재인 본산인 PK에서도 앞서나가던 이 후보가 김 후보에 역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