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버스 노사, 내년 임금 10% 인상 합의 (종합)

입력 : 2025-05-28 18: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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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첫차부터 13년 만에 파업
노사, 임단협 조정안 ‘극적 타결’
오후 2시부터 2300대 운행 재개
대법 판결 첫 공공부문 적용 사례
당황한 시민 걸어서 출근하기도
울산 파업 보류·창원 파업 돌입

부산지역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장시간 기다려도 대체버스가 오지 않자 급하게 택시를 잡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지역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장시간 기다려도 대체버스가 오지 않자 급하게 택시를 잡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시내버스가 준공영제 도입 이후 13년 만에 파업으로 멈춰섰다가 10시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노사 양측은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등으로 총 10%가 넘는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공공부문 첫 사례다.

28일 부산시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등에 따르면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과 부산버스노동조합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64세 정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상 조정안에 서명했다. 파업에 돌입한 지 8시간 만이다. 이날 오전 4시 20분 첫차부터 전면 중단됐던 부산 시내버스 147개 노선, 2300여 대의 운행은 약 10시간 만인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조정안에 따르면 부산 시내버스 근로자의 임금은 내년부터 10.48% 인상될 전망이다. 기존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던 성과 상여금과 하계 휴가비를 없애고, 이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당초 부산 시내버스 노조는 내년 기본급 8.2% 인상, 정년 63→65세 연장,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11차례 회의와 지노위 3차 조정 끝에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과 기타 요구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임금이 10.48% 오르는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27일 저녁 정년 연장, 통상임금 반영안에 사측과 노조가 합의하기로 가닥을 잡기도 했으나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부산 시내버스의 특성상 부산시가 추가 재정 투입에 난색을 보이며 양측의 합의는 결렬되기도 했다. 이후 노조는 28일 첫 차를 시작으로 파업을 시작했고, 양측은 이날 오전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 사무실에서 물밑 협상을 이어왔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연간 500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시는 2023년 2710억 원, 2024년 2820억 원 등 매년 2000억 원대에 달하는 재정을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에 지원한다. 준공영제 예산의 70%는 인건비로 사용된다.

노사 타결 직후 시는 박형준 시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버스 준공영제에 지원되는 시 재정은 모두 시민 세금으로, 시는 물론 버스업계 노사 양측 신중히 지출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는 이번 파업 사태를 계기로 도입 17년이 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새벽부터 시작된 부산 시내버스 파업으로 부산 전역 147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자 시민들은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서거나 출근길 대체 교통수단을 급히 찾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버스로 출근하던 시민들까지 지하철로 대거 몰렸다. 매일 버스로 출퇴근하는 최수빈(28) 씨는 “평소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탔는데 오늘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평소보다 20분 정도 일찍 나왔다”며 “시내버스 파업에도 출근 시간 조정은 없는 만큼 협상이 길어지면 불편이 계속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던 시민은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엔 대체 교통수단을 안내하는 부산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김 모(30) 씨는 “협상 결렬과 파업 결정 사실을 아침에 알고 놀랐다”며 “평소 버스를 타는 친구들도 아침에 황급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과 경남 창원도 진통을 겪고 있다. 울산 시내버스 노사는 28일로 예고된 파업은 일단 보류하고, 다음 달 5일 오후 4시로 조정 기한을 연장하고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버스는 차기 교섭까지 정상 운행한다. 창원 시내버스 노사는 28일 결국 임단협 결렬을 선언, 버스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준공영제 운송사 9개 노조 1621명이 이날 오전 5시 첫차부터 파업에 들어가며 669대 노선버스가 멈췄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추가 교섭을 진행 중이나 타결 여부는 미지수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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