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이 도착하였으므로 지금부터 개표 사무를 시작하겠습니다.”
3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학교 체육관. 체육관에 투표함 30여 개가 쌓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방송으로 개표 시작을 알렸다.
각 정당 개표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거 사무원이 투표함의 특수봉인지와 케이블 타이를 차례차례 제거했다. 참관인은 혹여나 투표함 뚜껑에 투표용지가 남아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부 참관인은 투표용지가 접혀 있는 모양을 문제 삼았다. 두 개의 투표용지가 한 번에 접힌 것처럼 겹친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투표용지가 접힌 모습을 촬영하며 문제 제기를 지속하자, 옆에 있던 개표 사무원이 “투표함에서 뒤섞이며 이런 형태로 나오는 투표용지가 부지기수”이라고 답했다.
제21대 대선 향방을 가를 개표가 전국에서 시작한 가운데 부산 지역 개표소도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워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0분 기준 부산 개표율은 6.17%다. 부산 16개 구·군 개표소에서 총 13만 7570표가 개표됐다. 기권자는 4만 6432명이었고, 무효표는 900표로 집계됐다.
본격적으로 개표가 이뤄지면서 개표소 얼굴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1분에 200~300매를 분류할 수 있는 ‘투표지 분류기’에 우선 분류가 끝난 사전투표용지가 들어가자 참관인들은 모니터 화면에 나온 각 후보별 득표수를 계산하기에 바빴다.
남구 감만1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수가 높게 나오자 현장에는 환호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측 개표 참관인 정 모(58) 씨는 “부산 남구는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한 지역인데, 이재명 후보 득표수가 김문수 후보에 비해 배나 더 나왔다”며 “다만 보수표가 많이 나오는 본투표까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외 사전 투표함 개표를 지켜보고 있던 국민의힘 측 개표 참관인 유호목(65) 씨는 “예상보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와 놀랍다”며 “본투표 때는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