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등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 원 가까이 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함께 주택 거래가 늘어났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수요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4월 말보다 5조 2000억 원 많은 1155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이 4월(+4조 7000억 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9월(+5조 6000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18조 원)이 4조 2000억 원 ,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6조 3000억 원)이 1조 원 각각 불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슈 등으로 2∼3월 중 크게 늘어난 주택 거래의 영향이 (5월 가계대출에) 집중됐고, (스트레스 DSR과 관련해) 5∼6월 중 조금 선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7∼8월까지는 조금 (가계대출 증가세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조 원 늘었다. 증가 폭이 전월(+5조 3000억 원)을 웃돌고,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은행(+5조 2000억 원)이 증가세를 주도했고, 2금융권에서도 4월(+5000억 원)보다 많은 8000억 원이 불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사이 5조 6000억 원 늘어 4월(+4조 8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신용대출도 8000억 원 늘었지만, 4월(+1조 2000억 원)과 비교해 증가 속도는 줄었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 대출도 8조 원(잔액 1346조 6000억 원) 늘었다. 다만 증가 폭은 4월(+14조 4000억 원)보다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5조 4000억 원, 2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주요 은행들의 대출 영업 확대, 일부 대기업 일시 운전자금 조달, 중소기업 정책성 대출 공급 등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신(예금)의 경우 지난달 예금은행에 20조 2000억 원(잔액 2432조 7000억 원)이 유입됐다. 정기예금이 대출 확대에 따른 은행의 예수금 조달 확대와 지방자치단체 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19조 2000억 원 불었고, 수시입출식예금도 지방자치단체 재정집행 예정 자금 예치 등에 7조 원 늘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역시 머니마켓펀드(MMF·+8조 1000억 원)와 채권형펀드(+10조 2000억 원)를 중심으로 25조 2000억 원 증가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