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베테랑 통상 전문가인 여한구 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을 대미(對美) 협상 사령탑인 통상교섭본부장에 기용하고, 대미 관세 협의 총력전 채비에 들어갔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한미 양국은 오는 7월 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 합의)를 도출하자고 합의한 상황이어서 협의 일정이 촉박한 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동이 향후 관세 협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통상 전문 관료 출신인 여한구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서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새 정부 들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력 후보로도 거론됐다. 대미 협상 추진을 위해 중량급인 여 본부장을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할 수 있는 통상교섭본부장 자리에 ‘소방수’로 전격 투입했다는 평가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부터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를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25% 자동차 관세의 영향으로 핵심 주력 시장인 대미 자동차 수출이 5월 30% 이상 급감하는 등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의는 현재 서로 구체적인 희망 사항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밀고 당기기식 협상을 시작하려는 단계까지 나간 상태다. 미국은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와 더불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구글 정밀 지도 반출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우리 측에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최근 한국 등 주요국에 자국이 주요 요구 사항 중 수용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담은 '최선의 제안'을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내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 정부 들어 첫 한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다면 한미 통상 협의의 중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고기 월령제를 포함해 수면 위로 올라온 미국 정부의 여러 요구 대부분 국내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감한 사항들이다. 따라서 한국이 관세 최소화 관철을 위해 일정한 양보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대통령실 차원의 결단과 대국민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G7 회동'에서 양국 정상이 '빅딜' 차원의 논의 진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조속한 합의' 기조를 이어간다면 양국 간 관세 협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 당국은 한미 정상 간의 'G7 회동'이 이뤄지면 그에 이어 여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관세 협상의 실질적 진전에 관한 논의를 벌이는 등 6월 집중적인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