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넘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술 축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 1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한다.
2006년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신기한 손기술’ ‘묘기’ 정도로 취급되던 마술을 예술 공연의 한 장르로 부각시켰다. 어린이부터 청년 세대, 중장년층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가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중 공연으로 인정받았고, 전 세계 최고 마술사들의 공연을 선보이며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도 불리고 있다.
19일부터 4일간 열리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20주년을 맞은 만큼 좀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부스를 선보인다.
먼저 19일 개막식과 22일 폐막 전 열리는 ‘매직 갈라쇼’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공연이다. 세계 정상급 마술사들의 공연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고, 다양한 마술 장르를 만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에선 유령이 깃든 화실을 코믹하게 풀어낼 최이안 마술사, 차력과 불, 풍선 등을 이용해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는 이영주 마술사,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환상적인 마술을 펼칠 이훈 마술사, 트렌디하고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일 김상순 마술사가 나선다. 일본에서 온 미네무라 겐지,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폰타넬리 마술사는 개성적인 공연을 준비해 한국 팬을 만나게 된다.
매직 갈라쇼와 함께 올해 행사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52’라는 독특한 제목의 마술쇼다.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마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SBS ‘더 매직스타’ 초대 우승자인 유호진 마술사의 단독 공연이다.
오디션 당시 여러 나라에서 온 마술사들과 경쟁하며 시종일관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유호진은 이미 마술계에선 월드 스타 대접을 받고 있었다. 13년 전인 2012년 당시 동부산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신분으로 마술올림픽(FISM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대상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최연소(만 19세) 우승자이자 아시아인으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2014년부터 전 세계 최고 마술사 7명으로 구성된 마술계 어벤져스쇼인 ‘더 일루젼니스트’의 주인공으로 6년째 활동했고,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전 세계 투어를 돌았다.
'카드 마술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호진은 이번 부산 무대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마술 장르를 선택했다. 52장의 카드를 활용해 특유의 감성적인 마술을 선보인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카드 한 장이 지닌 상징성과 서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연극 공연처럼 유호진의 마술쇼는 전체 공연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마술대회’는 신인 마술사의 등용문으로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세계 공연계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세계마술연맹(FISM)의 승인을 받은 대회로 세계 마술계에 영향력이 큰 심사위원을 초빙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중국, 태국, 미국, 일본 총 5개국에서 22명의 마술사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세계마술연맹 전 회장인 이탈리아의 도미니코 단테를 비롯해 현 세계마술연맹 회장인 안드레아 바이오니, 아시아마술연맹 부회장인 카츠라가와 심페이, 아시아마술연맹 사무총장인 케네스찬, 태국 시암 매직 회장인 트라라싼솜바트 파이루치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20주년을 맞아 올해는 특별히 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 모두에게 심사위원들이 직접 적은 공연 평가와 발전을 위한 조언을 전달해 신인 마술사들의 성장을 돕게 된다.
이 외에 트로트 마술사로 불리는 김민형이 선보이는 ‘폭소 매직쇼’와 통합권(자유이용권) 구매 관객을 위한 마술 강연과 토크 쇼도 준비돼 있다. 부산매직페스티벌은 초보 마술사를 비롯해 마술을 공부하는 일반인, 마술을 좋아하는 팬 등 매년 부산을 찾아 모든 공연을 다 보는 통합권 구매자가 많은 것도 기존 문화 축제와 차별화된다.
축제 기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로비에서 마술 체험 코너와 마술 도구 전시 부스가 열린다. 마술 도구와 소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로비에서 진행되는 마술 이벤트에 참가해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부산매직페스티벌 조직위와 집행위는 ‘마술 올림픽’ 격인 2028년 세계마술챔피언십(FISM WCM)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마술연맹총회에서 유치를 신청한 나라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후 개최국이 결정된다.
부산매직페스티벌의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www.hibimf.org)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예스24 티켓, 네이버, 인터파크 티켓, 놀이의발견 등에서 예매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및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