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명훈 "부산에선 클래식 안된다고? 내가 결실 맺을 것"

입력 : 2025-06-16 14:54:20 수정 : 2025-06-16 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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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콘서트홀 개관 앞두고 <부산일보>와 인터뷰
"동북아시아 클래식 중심도시로 성장 가능성 충분"
"부산오페라하우스 진정성 보고 예술감독직 맡아"
"부산에 오페라 교육기관 설립? 책임이라 느낀다"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이 16일 부산콘서트홀 내 예술감독실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명훈은 “60년 넘게 음악을 해왔지만 사진 찍는 게 가장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재찬 기자 chan@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이 16일 부산콘서트홀 내 예술감독실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명훈은 “60년 넘게 음악을 해왔지만 사진 찍는 게 가장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에서는 클래식이 안 된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죠.”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은 16일 “부산은 진정한 동북아시아 클래식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확신했다. 정명훈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 개관(6월 21일)을 앞두고 이날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명훈은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감독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첫 제안을 받았을 때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했다”며 “공연장을 추진하다 예산이나 행정적인 문제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부산은 아니었다. 실제 짓고 있었고, 실현 중인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앞서 2022년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을 제안받았다.

그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건축가가 만든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까지 가봤다. 무대, 음향, 내장재 등 전체 시스템을 보고 ‘정말 진지하게 짓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외형뿐만 아니라 오페라 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했고, 제대로 된 오페라 공연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서 “거기다 부산콘서트홀까지 함께 있다는 점에서도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에서는 클래식이 안 된다고 했다. 부산에 매번 (공연하러)올 때마다 콘서트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들이 ‘부산이 가장 힘들다. 표 파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그걸 이겨내야 한다. 청중도 키우고, 젊은 사람들이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몇 가지만 해결되면 분명히 결실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티켓 예매율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정명훈은 “좋은 기획, 실력 있는 아티스트, 교육과 관객 개발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부산은 진정한 동북아시아 클래식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며 “그러면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부산으로 모여들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오페라하우스 건물 하나 만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부산에서 오페라는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정부는 예술 분야 예산을 깎으려 하고, 음악가들의 실력도 최정상급이어서 더 잘하기 힘들다. 하지만 부산은 부산시장이 오페라를 계속 밀어주고 있고, 언제든 좋은 음악가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명훈은 “부산에서도 젊은 학생들을 찾아내서 키워야 한다”며 음악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시나 부산의 대학이 오페라 교육기관을 맡아 달라고 제안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내가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오페라하우스 짓는 것을 보고 부산으로 오지 않았느냐”며 “원하지 않더라도 해야 한다. 그건 저의 책임이라고 느낀다”고 말해 긍정적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정명훈은 이번 주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의 정체성을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도시, 세계를 향해 열린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고 클래식을 더 편하게 더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가족, 학생, 일반 관객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이 16일 부산콘서트홀 내 예술감독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던 중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명훈은 “턱을 손으로 괴는 건 너무 뻔한 자세 아니냐”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재찬 기자 chan@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이 16일 부산콘서트홀 내 예술감독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던 중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명훈은 “턱을 손으로 괴는 건 너무 뻔한 자세 아니냐”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기쁨이면서 동시에 부산오페라하우스와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본고장이고, 이런 문화적 기반과 한국 성악가들의 실력을 잘 결합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7년부터 부산과 라 스칼라 두 오페라 극장의 예술감독을 겸직하는 데 대한 부담에 대해선 “파리에서 처음 오페라 감독(파리국립오페라)을 시작할 때 나이가 서른여섯이었는데, 그때는 에너지는 넘쳤지만 프랑스 오페라를 해본 적도 없어 걱정이 됐었다”면서 “이제는 시간과 에너지가 없지 않냐는 생각도 하지만 그 대신 경험이 있다. 그때 파리에서보다는 훨씬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막작으로 베르디의 ‘오텔로’를 거침없이 꼽았다. 내년 12월 라 스칼라 극장 예술감독으로서의 첫 작품도 오텔로라고 한다. ‘같은 오페라가 부산과 이탈리아에서 다르게 들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차이가 전혀 안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부산에서 더 잘하면 잘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연습을 한 것 아니냐”고 껄껄 웃었다.

향후 클래식부산이 주력해야 할 방향으로 △관객 개발 △청소년 음악 교육 기반 확대 △세계적인 콘텐츠와 협업을 꼽으면서 “이 세 가지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부산은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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