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기다림을 해소하는 저출생 대책

입력 : 2025-06-16 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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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사회부 기자

“때 되면 다 한다. 걱정 안 해도 된다”

28개월 아이를 키우는 ‘초보 아빠’가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뒤집기를 언제 하지 하며 아이를 지켜볼 때도, 첫걸음마를 기대하며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순간에도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나고 보니 그 말은 정답이었다. 조금 느릴지언정 때가 되면 다행히도 아이는 곧잘 성장의 궤도에 올라섰다. 어른들은 그냥 응원하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됐다.

2년간 아빠로 살아가며 가장 크게 각인된 단어는 기다림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기다림도 컸지만, 아이가 커가는 순간순간 겪어보지 못한 기다림과 마주해야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나 맞벌이를 하는 탓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했다. 저출생 시대에 어린이집을 보내는 일이 경쟁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신청을 하자 대기 순번이 나왔다. 앞 순번의 아이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집 개원 전날 어린이집에 가까스로 등록했다. 아내와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저출생 국가 맞아?”

아이가 아프자 기다림의 난도는 더 올라갔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개인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9시다. 하지만 소아과에 가는 시간은 오전 7시다. 병원 문을 열기 전 ‘오픈런’을 한다. 오전 7시 병원 줄을 서기 위해 문 닫힌 병원 앞에서 기다렸다. 줄을 서 받아 든 번호표는 28번이었다. 경험상 한 시간에 12명 정도 진료가 이뤄지니 오전이면 진료할 수 있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주말이 돼 기분 전환을 위해 간 백화점에서도 기다림은 이어졌다. 유아차를 끌고 도착한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엘리베이터 한편에 ‘유아차 우선 탑승’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지만, 유아차가 먼저 타기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몇 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연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외치며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지난해 출산율 0.75명. 한 가정당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시대. 하지만 현실 육아는 기다림과 경쟁의 연속이다. 정부는 아동수당을 늘리고 출산지원금을 늘리며 저출생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아동수당이 늘어나고 출산지원금이 늘어나도 출산율은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냉정히 말해 수당이 ‘둘째를 낳을까?’ 하는 고민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테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인구정책평가센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100만 원이 증가할수록 출산율 증대 효과는 0.0089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0~1세 아동에게 2년간 1800만 원을 지급하고 200만 원의 바우처를 주는 정책인 첫만남꾸러미 정책도 예산 대비 큰 실효성이 입증되지는 않고 있다.

기다림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소아과 오픈런 해소, 어린이집 입소 대기 문제 해결, 백화점과 같은 대중 장소에서 유아차가 배려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에티켓 만들기 같은 것 말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엄마, 아빠의 기다림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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