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벌써 뜨거워진 부산시장 선거 관전 포인트

입력 : 2025-06-16 18: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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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필두로 여권 내년 부산 대공세 예고
산은 대체재인 해수부 이전 실효성 제고 필수
박형준 시정 성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판 커진 선거, 치열한 토론 통해 리더십 정립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정확히는 부산시장 선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건 분명해 보인다. 첫 국무회의 때부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을 콕 찍어 “신속 추진”을 지시했고, 인수위원장 격인 국정기획위원장은 “해수부 이전은 워낙 강력한 공약인 만큼 ‘이례적으로’ 국정과제에 들어간다”고 그 의미를 한층 띄웠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부산 공약은 보통 지역 숙원사업 위주인 타 지역 공약과는 구성이 확연히 달랐다. ‘깜짝 선물’ 같은 ‘해양수도 패키지 공약’에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지선 공략의 신호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분석에 쐐기를 박듯,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저녁을 먹으며 “내년 부산 선거 박 터지겠네요”라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취임 초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우연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이 대통령 스스로 부산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분명하게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 국정운영 성과를 인정받는 가장 명확한 잣대는 지방선거 승리이고, PK(부산·울산·경남) 결과는 그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특히 PK 지선 승리는 민주당 전국정당화의 최대 성과인 동시에 이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헬기런’ 등으로 쌓인 지역 내 비토 정서를 일거에 뒤집는 정치적 설욕의 의미도 가질 테다.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게 됐다.

임기 1년을 갓 지난 막강한 대통령이 지선을 염두에 두고 정책과 예산을 쏟아붓는다면 여당 후보에게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은 자명하다. 물론 지역으로서도 실리적인 관점에서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무턱대고 좋아만 하기엔 그 이면의 냉엄한 현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해수부 이전은 전임 정부 공약이자 지역 숙원인 ‘산업은행 이전’의 대체재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부산에서 해수부 이전을 띄우면서 산은 이전은 ‘불가’라고 분명하게 밝힌 데서도 그 성격이 드러난다. 민간기업인 HMM을 이전하고, 동남권투자은행까지 설립하려는 마당에 산은은 더 이상 재론 말자는 게 여권의 솔직한 속내다. 시민 160만 명의 서명에도 민주당의 ‘태업’으로 멈춰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마찬가지 신세다.

그런데 짚어봐야 할 건 현 여권이 산은 이전을 반대한 이유 대부분이 해수부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해수부 역시 이전에 찬성하는 직원들은 극소수이며, 타 기관과의 연계성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터전이 한 순간에 뒤바뀌는 충격을 쉽사리 수용하지 못하는 건 국책금융기관 종사자든, 정부 부처 공무원이든 마찬가지다. 결국 산은과 해수부의 운명은 기관의 역할이나 지위가 아니라 ‘소수 여당’ 윤석열 정부 공약이냐, ‘다수 여당’ 이재명 정부 공약이냐 그 차이에 갈린 셈이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해당 기관의 이전을 강력 반대하는 최측근이 대통령 주변에 있느냐 없느냐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누구 얘기인지 부산시민이라면 익히 아는 바다. 정치적 유불리를 둘러싼 수 싸움이 국가적 자산의 재배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렇더라도 해수부 이전은 부산으로선 분명한 기회이며, 남은 1년 동안 단지 선거용 카드가 아닌 ‘해양수도’로의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하는 건 지역의 당면한 숙제다. 얼마 전 해수부 직원은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3~4년 시행착오 뒤 부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을 것”이라면서도 “진짜 걱정은 5년 뒤”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역점 사업인 북극항로 개척이 현재의 외교적 여건 상 성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다음 정권에서 해수부 재배치 문제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현 정부는 부산 시대를 맞는 해수부의 권한과 기능의 실질화에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3전 도전이 유력한 박형준 시정에 대한 평가도 내년 지선의 향배를 가를 요소다. 대선 이후 지역 여권은 ‘박 시장이 그 동안 한 게 뭐 있느냐’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분위기다.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공기 연장이 불가피해진 가덕신공항 등 굵직한 현안만 보면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반면 최고 수준의 투자 유치 실적, 2019년 대비 절반까지 내려간 청년 유출율 등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는 도시의 변화상 역시 시민들의 평가표에 함께 들어가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테다. 마침 박 시장도 시정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대시민 직접 설명에 나선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래저래 내년 부산시장 선거의 판이 커지게 됐다. 아무쪼록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통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미래 비전과 리더십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전창훈 서울정치팀장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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