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07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18년간 3000억 원가량의 은행 대출로 버스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은 각 버스 회사의 운영 적자 보전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업체가 교통이 열악한 지역에 노선을 운영하거나 낮은 요금을 받으면서 생기는 적자를 부산시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손실 보전액이 매년 예산 범위를 초과하면서, 시는 2012년부터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시가 원금과 이자를 갚는 방식이다. 혈세 투입을 넘어 은행 대출이라는 기형적 방식까지 동원해 준공영제를 운영해 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시가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버스조합에 보전하는 재정 지원금을 산정하는 기준은 표준운송원가다. 2014년 버스 1대당 65만 6896원이었던 표준운송원가는 2023년 83만 4327원으로 10년 만에 15만 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버스 수익이 감소해 적자가 개선되지 않아 문제다. 2019년 1766억 원이었던 적자는 2022년 3566억 원, 2023년 3190억 원, 2024년 2820억 원에 달했다. 시의 누적 대출액은 2022년 2051억 원, 2023년 2531억 원, 2024년 2751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달 버스 노사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는 3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돈 먹는 하마’인 준공영제에 대한 시의 지원이 이제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버스조합에 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시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의 시내버스 ‘대출 준공영제’ 운영 관련 보도가 나가자 시는 대출금 상환 방안과 적자 구조 개선책을 밝혔다. 시 황현철 교통혁신국장은 16일 부산시의회 예결위에 참석해 “2033년까지 매년 200억 원씩 대출금을 갚겠다”고 밝혔다. 또 준공영제 적자 지원금 650억 원을 추경을 통해 마련하고, 신규 대출을 줄이기 위해 재정 적자 감소 용역 추진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버스 회사들의 수익 구조와 시의 지원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은 필요하다. 시 재정 지원을 넘어 대출까지 이어지는 준공영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률과 수송 분담률을 높여 시민 교통권을 보장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위해 시가 시내버스 공영화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시는 대중교통 체계 개선을 위해 혁신하고, 문제가 생기면 공론화를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할 책무가 있다. 준공영제에 편승해 운영 손실을 보전받는 버스 회사도 변화와 혁신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준공영제가 버스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교통권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제도로 거듭나게 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표준운송원가의 과학적 산정, 시가 면허를 갖고 버스 회사에 운영을 위탁하는 노선 입찰제 도입, 중복 노선 개편을 서두르고, 공영제 전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