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환자, 수도권 원정 진료에 연 4조 원 쓴다

입력 : 2025-06-16 2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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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공개
상급종합병원 이용 막대한 비용
교통·숙박비만 연 4121억 원
기회비용 포함 4조 6270억 원
수도권-지역 간 의료 격차 심각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 절실

양산 부산대병원 진료, 대기 중인 환자와 가족들. 부산일보DB 양산 부산대병원 진료, 대기 중인 환자와 가족들. 부산일보DB

지역 환자의 ‘서울행’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6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의료 격차를 넘어 비효율로 인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료의 서울 쏠림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전 정부가 추진한 지역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이어져야 할 필수 과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순 비용은 교통·숙박비만 고려했을 때 4121억 원으로 추산됐다. 서울과 지역 간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1조 7537억 원으로 늘고, 업무 복귀 등 환자와 가족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4조 6270억 원으로 폭증한다. 순 비용은 ‘유출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총비용에서, 환자의 거주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을 뺀 값이다.

지역민은 특히 중증 질환이거나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서울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고 지역 국립대병원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연구진이 비수도권 거주 19~69세 1050명을 대상으로 국립대병원에 대한 인식을 물었더니, 중증 질환일 때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을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43.5%로, 경증 질환일 때보다 10.6%포인트 낮았다. 응급의료 상황에는 69.4%가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질환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엔 이용 의사가 45.1%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지역 국립대병원 개선이 필요하고, 역량 강화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전문 의료 인력 확보(81%), 응급질환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 역량 고도화(80.1%), 필수진료과 확충(78.6%)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 부담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지역민의 국립대병원에 대한 인식을 확인한 첫 사례다.

앞으로도 환자 유출이 심화하면 진료비 부담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생산성 손실, 교통·숙박비로 인한 복합적 부담은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의료 체계의 완결성을 높이는 일은 단순한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비효율로 인한 사회 전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전문적 지원에 한계를 나타내는 등 거버넌스 구조가 복합적이어서 실효성 있는 정책 구상과 추진이 어려워,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의료 개혁을 추진하며,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 의료 거점인 국립대병원을 소위 ‘빅5’ 급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연구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행’ 진료로 연 4조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이번 정부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국립대병원의 강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촉구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국립대병원은 일반 병원에서 꺼리는 외상센터 운영 등 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도맡는 만큼 충분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해수부 이전 등 이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또한, 지역의 의료와 교육 등 여건이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마련된다면 더욱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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