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인권 침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국가뿐 아니라 부산시에도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이 정부와 함께 지자체 배상 책임도 연이어 인정하면서 정부와 부산시가 공동 피고인 다른 소송 20여 건도 비슷한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고법 민사5부(이재욱 전유상 양철순 고법판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A 씨 등 12명이 대한민국과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처럼 국가와 부산시에 공동으로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결정한 위자료 액수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했다. 수용 기간과 후유 장애 등을 고려해 피해자들에게 6000만~4억 8000만 원 상당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위자료 1억 7000만 원 지급이 결정된 60대 B 씨만 수용 기간과 장애 정도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인용 금액이 8000만 원으로 줄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부산시는 부랑인 등을 시설에 보호하는 국가 사무를 형제복지원에 위탁했다”며 “수용된 사람들이 반인권적 통제 속에서 구타와 가혹 행위 등을 당해도 국가와 부산시는 적절한 조사, 감사,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고법 민사5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에 제기한 다른 항소심 사건 3건도 18일 함께 판결했다. 피해자 C 씨 등 14명, D 씨 등 12명이 제기한 항소심 소송도 원고 측이 일부 승소했다. 피해자 E 씨가 원심에서 홀로 일부 승소한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날 부산고법에선 대한민국이 단독 피고인 항소심 소송 2건에 대한 판결도 이어졌다.
올해 4월 서울고법 민사19-1부(황승태 문주형 손철우 고법판사)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국가와 부산시에 책임이 있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린 이후 부산에서도 공동 책임을 인정하는 항소심 판결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박경보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항소심에서도 승소 판결이 이어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 여부는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지난달 기준 총 104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민국 단독 피고 사건이 74건으로, 294명이 소가 1295억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대한민국과 부산시 공동 피고 사건은 29건으로 279명이 소가 865억 원 규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 단독 피고 사건은 1건으로 소가 7억 원 규모다.
형제복지원에선 1960년 형제육아원 시절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될 때까지 수용자가 최소 65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