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산의 한 현직 구청장의 출판기념회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1년 남은 시점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재판, 선거 비용 마련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수정동 동구청 대강당에서 김진홍 동구청장의 자서전 ‘헬멧 쓴 구청장’ 출판 기념회 겸 북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16일 출간된 이 책은 김 구청장의 정치 입문 과정과 정치인으로서 비전, 주변인의 평가 등이 담겼다. 출판기념회가 열린 대강당은 행사 시작 전부터 400석이 넘는 좌석이 거의 찼다. 대강당 밖 로비에는 지역 내 각종 단체장이 보낸 화환과 다른 지자체장이 보낸 축기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출판기념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청 안팎에서는 행사가 열리는 시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선거를 1년을 앞두고 자신의 재판 중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대개 구청장 등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알리기 위한 출정식 등을 겸해 이뤄진다. 책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으로 선거 자금을 모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거법에는 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정 외에는 특별한 제한도 없다. 동구청의 한 공무원은 “김 구청장이 재판에 임하느라 큰 비용이 들다 보니 이를 마련하기 위해 다소 일찍 출판기념 행사를 열었고, 간부급 공무원들이 책을 여러 권 살 것이라는 소문이 구청 내부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다음 달 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치러지는 재판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김 구청장은 2022년 3~6월 선거캠프 회계 책임자 A 씨에게 선거 문자 발송 비용 요청을 받은 뒤 개인 계좌에서 16회에 걸쳐 3338만 원을 송금해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 자금 지출을 위한 예금 계좌는 선관위에 신고된 1개만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구청장에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김 구청장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구청장은 출판기념회가 순수한 출판기념 행사라는 입장이다. 김 구청장은 “구청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1000일이 지나면서 느낀 소회와 정치인으로서 지닌 지역에 대한 비전에 대해 오래전부터 집필해 출간한 책”이라며 “책에 담긴 고민과 메시지를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북 콘서트 형식으로 개최한 행사를 곡해하고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