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 “대통령 공약이지만 부산이 더 적극 나서야 실현될 수 있어”

입력 : 2025-06-22 18:23:21 수정 : 2025-06-22 18: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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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최초 제안
경희대 김종영 교수 단독 인터뷰

교육 불평등·격차 해소할 기회
관건은 예산 확보·집중 투자
지역 여론으로 정치권 압박해야
사립대 ‘3중 패키지 전략’ 제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최초로 제안한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지난 18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최초로 제안한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지난 18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통령 공약이지만, 실제 실현 여부는 지역 시민과 정치인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제2의 도시 부산의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교육 기회의 병목을 해소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의 교육 불평등과 지역 격차는 오랜 과제다.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는 2021년 저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전국 9개 지역거점국립대 집중 육성안을 처음 제안했다. 이 도전적인 정책은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어 국가 의제로 격상됐다.

김 교수는 지난 18일 국립부경대 초청으로 열린 특강 직후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거듭 촉구했다.

먼저 김 교수는 한국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소수 명문대 중심의 병목 구조’로 진단했다. 그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하나뿐이라 입시 경쟁과 사교육 부담이 폭발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병목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구상은 전국 9개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과 연구 인프라를 집중 투입해 지역에 세계적 수준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서울대의 연간 예산은 1조 4000억 원에 달하지만, 부산대는 4000억~5000억 원 수준”이라며 “학생 1인당 교육비, 전임 교원 확보율, 연구비 등 핵심 지표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구조적 격차를 해소할 수준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정문. 부산일보DB 부산대 정문. 부산일보DB

관건은 예산이다. 김 교수는 “예산은 정치의 문제이고, 정치는 여론에 반응한다”라며 “서울보다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 부산 등 지역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쓰고, 지역 정치인에게 지역 대학 육성 정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시민, 언론, 정치인이 함께 움직일 때만이 지역 중심의 교육개혁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거점국립대나 지역 사립대의 소외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3중 패키지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함께 혁신 사립대 육성, 전문대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거점국립대는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방 사립대에는 교육·연구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전문대에는 산업 기반 인재 양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 세 축의 균형이 고등교육 전반의 건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긴 했지만 이미 지역 대학 육성에 대한 필요성은 초당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김문수 후보가 제안한 서울대 공동학위제도 같은 맥락”이라며 “진보와 보수 모두 서울대 수준 대학의 전국 분산에 공감했다. 이를 초당적 국가 전략으로 접근하면 지역 발전을 위한 정치적 합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공약 설계자로서 정부 기용설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김 교수는 당장의 직책보다 정책 확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대통령 공약이 되고 국가 의제로 채택된 것은 학자로서 충분한 성취”라며 “우선은 지역 언론과 대학, 시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논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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