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중국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동조화)이 33개국 중 가장 짙으며 이 같은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이 많은 부산 입장에서는 환율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24일 한국은행의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는 국제 기축통화 보유국을 제외한 33개 국가 통화 중 위안화와의 동조화 계수가 0.31로 분석대상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계수는 국가별 환율 변동을 의미하는 국제통화 바스켓(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 중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31%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는 앵커통화로서 위안화의 원화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함을 의미한다.
원화와 위안화 간의 높은 동조화는 양국 간의 높은 무역 연계성 등에 기인한다. 미 달러화 가치가 원화와 위안화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한국의 높은 대중 무역의존도, 외환시장 거래 관행 등 구조적 요인이 동조화 배경으로 꼽힌다.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부산 지역 기업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환 헤지를 하는 등 추가 대응을 해야 하지만 원화·위안화 동조화가 강해지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최근 운반비가 급등하고 납품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까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더 선호하고 비중을 더 높여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원화·위안화 동조화로 가격 변동폭이 줄어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융업계 관계자도 “부산은 특히 중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원화·위안화 동조화가 일어나면 보다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해 지역 기업들에는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기별 특징을 보면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정도는 2020년 이후 구조적으로 약화됐다. 2018~2019년 미중 무역갈등,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따라 한중 무역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8년 26.8%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4년 19.5% 수준으로 낮아졌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계수의 장기평균도 2020년 8월 이전엔 0.36이었지만 이후 낮아져 2024년 말에는 장기평균(0.21)보다도 낮아졌다. 그러다 2024년 말 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로 동조화 계수가 점차 상승했다. 한은은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한국 모두 높은 교역 충격에 노출된 영향”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면별로 보면 원화는 절하 국면에서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강화되지만 절상 국면에선 동조화가 약화됐다. 한은은 “위안화 절하 충격이 발생하면 국제투자자들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따라 원화를 더 낮은 가격에 거래하거나 투자자본을 회수하려는 유인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글로벌 교역 여건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특징을 고려해 향후 위안화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