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70억에 33억 더… ‘돈 먹는 하마’ 초량천 복원

입력 : 2025-06-25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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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 하천 복원사업 착공식
하천 따라 덱 폭·길이 확장 계획
생태복원 사업 370억 투입 불구
“수질·악취 대책 거리 멀어” 비판

2011년부터 2021년까지 370억 원이 투입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1단계 구간. 부산일보DB 2011년부터 2021년까지 370억 원이 투입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1단계 구간.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산판 청계천’을 조성하겠다며 2011년부터 10년간 370억 원을 들인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 33억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당초 기대됐던 수질 정화 등에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하천 복원과 무관한 도로 정비 등에 또다시 거액이 지출돼 혈세 낭비가 아니냐는 논란도 인다.

25일 부산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천 중앙광장에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착공식 겸 안전 기원제가 열렸다. 지난 9일 착공한 이 사업에는 3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사업으로 중앙대로변 하나은행 초량점과 초량 불백거리 앞 사이 415m 구간에 조성된 덱 일부 지점과 중앙 광장이 확장된다. 구청은 덱 12개 지점의 폭을 기존 1m에서 1.6m로 넓히고 5m 길이의 전망대 형태로 조성할 계획이다.

초량동 불백거리 앞에는 식수대와 원형교차로가 설치된다. 기존 노상 주차장을 없앤 뒤 현재 왕복 2차로인 도로를 3차로로 넓히고, 식수대를 중심으로 원형 교차로를 조성해 교통 체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일대에 경관 조명도 설치되는 등 이번 사업은 보행 환경 정비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수백억 원을 들여 10년간 수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주변 경관 개선 사업을 추가로 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앞서 부산시는 2011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하나은행 초량점과 초량육거리 사이 초량천을 덮고 있던 316m 구간의 도로를 걷어내고 폭 25m의 자연형 하천을 조성하는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을 370억 원을 투입해 진행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수질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량천은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 데다 인근 주택이나 상점으로부터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를 호소하고 있고, 당초 기대했던 수질 개선 효과도 미미했다. 이번 사업으로 하천에 수생 식물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수질·악취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초량육거리와 부산고 입구를 잇는 109m 구간에 생태하천을 연장해 조성하는 2단계 사업 계획도 1단계 구간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해진 악취 등의 문제로 취소됐다. 결국 구청은 생태하천 연장 대신 일대 환경 정비로 방침을 선회했다. 구청이 악취나 수질 오염 등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산 동구의회 이희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시민들이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과 부합하는 사업명을 정하는 것은 지자체의 의무”라며 “지난 10년간 진행된 사업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다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은 도로 정비가 생태하천 복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로 정비를 통해 시민들이 하천을 보다 편안하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수생 식물 조성이 수질 오염 해소 등 생태하천 복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로 정비는 당초 부산시 사업 내에 포함된 내용으로 규모를 축소해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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