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외버스에서 버스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버스 기사가 잠시 차를 세우고 운전석 밖으로 나왔을 때 폭행을 당했지만, 재판부는 시동을 끄지 않았던 데다 운전을 이어가려 했기에 운행 중인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8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정차한 시외버스에서 버스 기사 B 씨를 발로 차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운전석 부근에서 큰 소리로 떠들다가 버스 기사 B 씨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고, 하차를 요구한 B 씨에게 화가 나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폭행을 한 건 인정했지만, B 씨가 운전 중인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특가법에 따라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운전자가 정차하거나 잠시 운전석을 이탈했다고 해도 교통 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계속 운전할 의사가 있다면 특가법상 ‘운행 중’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운행한 버스가 정차한 버스 정류장은 교통 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였다”며 “폭행은 버스 기사 B 씨가 A 씨 하차를 위해 운전석에서 이탈한 후 불과 1분쯤 후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당시 버스에 시동이 걸려 있었다”며 “A 씨가 하차했다면 즉시 운전할 수 있었기에 운행 의사가 있었던 게 인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특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상태로 1심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A 씨는 다수의 승객이 탄 버스에서 운전자를 폭행해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했다”며 “범행 경위와 내용을 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고, B 씨에게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하진 않았다”며 “A 씨가 손해배상금으로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