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넘쳐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은 만성 부족인 ‘배부른 영양실조의 시대’.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 등으로 인해 비타민 B군, 마그네슘, 비타민 C 등 주요 영양소 소모가 가중되는 것 역시 오늘날 현실이다. 신체의 ‘숨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각종 영양제가 봇물을 이루지만 전문가들은 “영양제는 많이 먹는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니다”고 못을 박는다.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가 되레 몸을 해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는 몸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 독성, 출혈, 골밀도 저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 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비타민 D를 고용량 복용하거나 주사제를 맞는 경우가 많은데 비타민 D를 과잉 섭취하게 되면 고칼슘혈증, 구토, 식욕부진, 탈수, 근육 약화 등이 올 수 있다. 심한 경우 신장에 칼슘이 침착돼 결석이나 석회화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연, 철분,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은 과다 복용 시 속쓰림, 메스꺼움, 복통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거나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 시중 제품에 흔히 포함되는 합성 감미료, 착색제, 코팅제 등의 첨가물도 간 해독 부담을 증가시켜 간 수치(AST·ALT)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자신의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물을 고려해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타민 K는 혈액 응고를 촉진하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라면 콜라겐과 같은 고용량의 단백질 유래 성분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질소 노폐물 배설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관절통이 있다고 해서 관절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일부 성분은 면역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질환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해져서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관절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
흡수를 돕는 조합과 주의해야 할 상호작용을 알고 때에 맞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타민 D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 도움이 되며, 철분은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할 경우 흡수율이 높아진다.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은 스트레스 완화와 에너지 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철분은 칼슘, 마그네슘, 아연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를 방해하므로 2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오메가3는 항응고제와 함께 복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비타민 A와 고용량의 비타민 E를 동시에 복용하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권장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지용성 비타민은 식사와 함께 섭취해야 효과가 좋다. 마그네슘과 칼슘은 심신 안정 역할을 하며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영양제가 어디까지나 건강한 생활을 보조하는 ‘보충제’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아대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 신보경 교수는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수면 등 기본 습관을 먼저 챙기는 것이 우선이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맞춤 섭취’를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