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 실질적 협치로 이어져야

입력 : 2025-06-27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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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원 추경안 설명하며 야당에 협조 당부
소수 야당 의견 존중하며 국정 펼쳐 나가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지난 4일 취임 선서식 이후 22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침체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30조 5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 미국발 관세 충격,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급변하는 국제 정세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각한 게 사실이다. 이날 시정연설에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추경안 세부 내용을 보면 성장과 민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편성이 눈에 띈다. 모든 국민이 1인당 15만 원을 받되 형편과 지역에 따라 최대 52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 촉진 예산 3조 9000억 원, SOC 조기 투자와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예산 5조 4000억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등을 지원하는 민생안전 예산 5조 원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17분간 연설하는 동안 여당에서는 12차례 박수가 나온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다만 연설 도중 야유를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장면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으면 언제든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뒤 야당 의원들 좌석 쪽으로 퇴장하며 일일이 악수를 했고, 야당 의원들은 기립하며 예의를 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추경 예산에 대해 “실상은 빚내서 뿌리는 당선 사례금”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야당이 ‘일회성 현금 지원’과 ‘지역화폐 확대 발행’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첫 국회 시정연설 때 협치를 강조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야가 이슈마다 대립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협치를 이루려면 거대 여당의 독주를 자제시키고, 소수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도 견지해야 한다. 이번 추경 예산 절반에 가까운 14조 원 이상이 현금성 사업에 집중돼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미래세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야당의 요구도 타당한 것은 수용하고, 협의와 논의를 통해 국정을 펼쳐 나가야 한다. 이 대통령이 첫 시정연설을 실질적 협치의 출발점으로 삼고, 협치를 중시하는 초심을 임기 내내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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