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 1호기 해체 결정 세계 원전 해체산업 주도 기회

입력 : 2025-06-27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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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원 시장 공략할 기술력 확보 계기로
불안 감수한 부산 시민 안전 최우선 고려를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26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1호기 (왼쪽 두번째)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26일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1호기 (왼쪽 두번째)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1호기가 드디어 해체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고리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1978년 가동 개시 이후 47년, 2015년 영구 정지를 결정한 지 10년 만이다. 고리1호기는 국내 원전 산업의 출발점이자 상징이다. 이번 해체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을 주도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원전 설계와 건설부터 운영, 해체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 수출 기반을 완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안위는 이날 회의에서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를 심의·의결하고, 법적·기술적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해 그동안 해체 승인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이번 원안위 결정은 국내 원전 해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수원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향후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다음 달부터 터빈 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할 예정이다. 이어 2031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계통에 대한 해체를 거쳐 2037년 모든 해체 작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세계 영구 정지 원전은 209기에 달하고 2045년이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해체 승인은 고리1호기 운전 종료를 넘어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원전 해체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 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의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을 통해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원전 해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1호기 해체 승인이 원자력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국가 에너지 산업에 기여한 고리1호기는 부산 시민의 희생으로 건립·운전됐다. 또 고리1호기 운전 과정에서 사고 우려와 노후화, 긴급 가동 정지 등으로 인해 부산과 인근 울산 주민들은 상시적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고리1호기 해체는 이런 주민 고통에 대한 상징적 보상의 의미를 넘어 원전 해체라는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마침 본격적 원전 해체에 대비해 기장군과 울주군에 걸쳐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이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연구원을 중심으로 해체기술 R&D와 실증·고도화, 산업 육성 등이 본격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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