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에 수억 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전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생선 대금을 갚지 않은 중도매인들 자격 취소 요청을 받고도 박 전 대표가 이행하지 않아 법인에 피해를 떠안겼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자격 취소 여부는 대표 재량권이고, 규정 위반이라 하더라도 배임으로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정순열 부장판사)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표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지난 27일 열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시절 생선 대금을 갚지 않은 중도매인 2명에 대한 지정 취소를 제때 하지 않아 법인에 6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중도매인 2명이 결국 파산에 이르러 법인이 대신 손해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공동어시장에선 중도매인이 보증금 명목의 ‘어대금’을 맡기면 물건을 사거나 외상을 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중도매인이 생선을 사면 당일 어시장이 선사에 대금을 대신 지급하고, 15일 안에 정산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검찰은 중도매인이 대금을 내지 않으면 어시장 대표가 중도매인 자격을 취소할 수 있고, 최대 유예 기간 2년이 지나면 중도매인 지정을 취소했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19년 4월 취임 이후 미수금 현황을 보고 받았고, 당시 미수금이 약 17억 원에 이른 중도매인 A 씨 자격을 취소하지 않았다. 최대 유예 기간을 넘긴 2021년 3월 A 씨 미수금은 약 21억 원에 이른 데다 같은 해 7월 별도로 취소 요청도 받았지만, 박 전 대표는 중도매인 지정을 취소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오히려 박 전 대표가 그해 6월부터 시행한 A 씨에 대한 거래 정지 조치를 같은 해 9월 해제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가 2021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A 씨가 3억 2000만 원 정도 재산상 이익을 얻게 했고, 어시장은 그만큼 손해를 떠안았다고 봤다.
검찰은 또 중도매인 B 씨 미수금이 2021년 2월 약 3억 2000만 원에 이르렀지만, 박 전 대표가 중도매인 자격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유예 기간이 지났는데도 중도매인 지정을 취소하지 않아 B 씨가 3억 원 정도 이익을 얻었고, 어시장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중도매인 자격 취소 여부는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재량권에 해당하고, 규정 위반이라 해도 업무상 배임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 변호인은 “사실 관계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공동어시장 대표에게 부여된 재량권에 해당한다”며 “경우에 따라 최대 유예 기간 2년을 경과해 지정 취소를 해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정 위반이라 해도 대법원 판례 등 법리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이라 볼 수 없다는 게 한결같은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매인 지정 취소를 하지 않은 건 미수금을 받기 위한 방편이었다”며 “중도매인 A 씨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최대 유예 기간 2년 후부터 취소 시점까지 미수금이 증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실장과 상무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증인 신청을 받아들인 후 박 전 대표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8월 13일로 지정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