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남편 놔두고 외출했다 돌아오니 사망… “아내 무죄”

입력 : 2025-06-28 17: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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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술에 취해 집 현관에 쓰러진 남편을 별다른 조치 없이 내버려두고 외출했다가 남편이 사망하자 재판에 넘겨진 아내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는 최근 유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3년 5월 20일 오전 9시 55분께 경기 북부 소재 자기 집에 돌아와 현관에 쓰러져 있던 남편 B 씨를 발견했다. 당시 B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대변을 흘린 채 누워 있었다.

A 씨는 딸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이젠 하다하다 술 마시고 똥까지 싼다"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A 씨는 B 씨가 술을 마시고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외부에서 딸과 만나 식사와 쇼핑을 한 뒤 집에 돌아왔고, 그때도 B 씨가 쓰러져 있자 이상함을 느껴 119에 신고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B 씨가 의식이 있는지 흔들어 깨우는 등 법률상 구호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요청으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A 씨 측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든 것으로 인식해 구호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못했으므로 유기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의 가족도 "B 씨가 평소 술에 취하면 술주정을 많이 했고, 아무 데서나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B 씨의 평소 음주습관, 당시 현장 사진 등을 비춰볼 때 A 씨와 그의 가족 진술이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를 처음 발견할 당시 곧바로 병원 또는 경찰에 연락을 취해야 할 상황인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배윤주 부산닷컴 기자 y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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