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아버지 시신 안방에 방치한 아들 ‘실형’

입력 : 2025-06-29 08:19:52 수정 : 2025-06-29 15: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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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40대 A 씨에 징역 6개월 선고
최소 2주에서 한 달가량 시신 방치 혐의
A 씨 “아버지 숨진 사실 몰랐다”고 주장
재판부 “여러 증거들 보면 알고 있었다”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 주거지 안방에 70대 아버지 시신을 최소 2주 이상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목명균 부장판사는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3일 오후까지 부산 영도구 주거지 안방에 아버지인 70대 남성 B 씨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날 오후 2시 10분께 이웃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안방에 들어가 B 씨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기록과 검안의 소견에 따르면 B 씨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20일 사이에 안방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A 씨가 부친이 숨진 사실을 알았지만, 장례를 치르거나 사망 신고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에 왔을 때야 사망한 걸 알았다며 시신을 고의로 방치하지 않은 데다 유기할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아버지와 해당 주거지에서 3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둘째 아들이다.

재판부는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아버지 B 씨와 친분이 있던 이웃이 올해 1월 2일 A 씨 집에 방문했을 때 냄새가 났다고 수사기관에 밝힌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당시 A 씨가 ‘뭐 하러 왔어요’라 말하며 다음에 오라고 했다”며 “그때 냄새가 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 씨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집에 찾아온 경찰관에게 3일 전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려고 마지막으로 안방에 들어가 봤다고 진술했다”며 “고도로 부패한 아버지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코로 냄새를 맡아 사망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냉장고는 B 씨 시체가 있던 안방에 있었고, A 씨는 대체로 집에서 식사하거나 물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며 “냉장고에서 음식이나 물을 꺼내 마시기 위해 안방에 들어가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겨울에 선풍기가 시신을 향해 놓인 점도 수상히 여겼다. 재판부는 “현장 사진을 보면 B 씨 시신 바로 옆에 선풍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 씨는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기엔 비닐로 덮어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선풍기는 A 씨가 시신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사망했는데도 신고 등 조치 없이 시체를 방치해 유기했다”며 “시체를 방치한 기간도 짧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사체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유기를 하지 않은 점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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