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거지 안방에 70대 아버지 시신을 최소 2주 이상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목명균 부장판사는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3일 오후까지 부산 영도구 주거지 안방에 아버지인 70대 남성 B 씨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날 오후 2시 10분께 이웃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안방에 들어가 B 씨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기록과 검안의 소견에 따르면 B 씨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20일 사이에 안방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A 씨가 부친이 숨진 사실을 알았지만, 장례를 치르거나 사망 신고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에 왔을 때야 사망한 걸 알았다며 시신을 고의로 방치하지 않은 데다 유기할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아버지와 해당 주거지에서 3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둘째 아들이다.
재판부는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아버지 B 씨와 친분이 있던 이웃이 올해 1월 2일 A 씨 집에 방문했을 때 냄새가 났다고 수사기관에 밝힌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당시 A 씨가 ‘뭐 하러 왔어요’라 말하며 다음에 오라고 했다”며 “그때 냄새가 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 씨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집에 찾아온 경찰관에게 3일 전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려고 마지막으로 안방에 들어가 봤다고 진술했다”며 “고도로 부패한 아버지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코로 냄새를 맡아 사망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냉장고는 B 씨 시체가 있던 안방에 있었고, A 씨는 대체로 집에서 식사하거나 물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며 “냉장고에서 음식이나 물을 꺼내 마시기 위해 안방에 들어가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겨울에 선풍기가 시신을 향해 놓인 점도 수상히 여겼다. 재판부는 “현장 사진을 보면 B 씨 시신 바로 옆에 선풍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 씨는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기엔 비닐로 덮어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선풍기는 A 씨가 시신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사망했는데도 신고 등 조치 없이 시체를 방치해 유기했다”며 “시체를 방치한 기간도 짧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사체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유기를 하지 않은 점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