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약처방에 가까운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액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대출 신청자의 소득과 지역별 기준에 따라 6억 원 이상의 대출도 가능하던 것을 일률적으로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입용 주담대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나온 모든 부동산 정책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할 만큼 정부의 이번 주담대 규제책은 그동안 나왔던 수도권 대상 부동산 규제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손꼽힌다.
전례를 찾기 힘든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부터 온갖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가 14억 6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금 8억 6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현금부자만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새 집 마련을 하려던 신혼부부들이나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이 하루 아침에 좌절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 같은 수도권의 우려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이번 부동산 규제 정책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까지 미치게 될지도 모르는 영향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항상 정부의 수도권용 정책의 종속변수가 돼 온 역사 때문이다.
이번 수도권 주담대 6억 원 제한 방안에 이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당장 정책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 등 서민들이 주택구매나 전세 자금 마련 등 실수요 목적으로 신청하는 정책대출의 한도가 5000만~8000만 원씩 줄어들게 됐다. 주담대는 수도권에 한정된 규제책이지만 정책대출은 전국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 유탄을 더 크게 맞은 셈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라 해도 역대급 고강도 규제책으로 인해 고사 직전에 이른 지역 부동산 시장이 매수세 실종으로 아예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과 지역 부동산 시장 사이의 초양극화는 이제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지방 살면 벼락거지 된다”는 말까지 버젓이 나돌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아무리 지역으로 분산하려 해도 수도권 밖으로 나가는 순간 벼락거지가 되는 현실을 놔둔다면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고나면 뛰는 수도권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초강력 규제책을 빼들 정도로 과감한 이재명 정부라면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다음 행보로 삼아야 한다. 고사 직전의 지역 부동산을 수도권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놓고 지역 실정에 맞는 과감한 부양책을 펼치는 것은 어쩌면 균형발전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