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야말로 악전고투”…폭염과 사투 시작된 조선소

입력 : 2025-07-10 10:58:52 수정 : 2025-07-11 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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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장 노동자 체감온도 40도 이상
때 이른 폭염에 서둘러 여름나기
냉방버스 등 혹서기 대책 총동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장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장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아무리 더워도 물 들어오는데, 노 저어야죠.”

꼬박 보름째 폭염 특보가 이어진 10일 오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번 독. 한 번에 초대형 상선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작업장이다.

드넓은 작업장에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곳곳에서 번쩍이는 용접 불꽃이 피어오른다. 이미 수은주는 오전부터 30도를 훌쩍 넘겼다.

설상가상 9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철 구조물로 둘러싸인 이곳에선 뙤약볕에 달궈진 철판 열기가 살갗을 파고든다. 폭염 속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조선 노동자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40도 이상이다. ‘땀이 비 오듯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조선소 측이 살수차를 동원해 수시로 현장에 물을 뿌리지만 불볕더위에는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 작업자들은 한겨울에 입을 법한 두꺼운 점퍼에 발목을 덮는 안전화 그리고 안전모까지 눌러썼다.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분주하게 움직이다 짧은 휴식 시간에 겨우 한숨을 돌린다.

한 작업자는 “요즘은 10분만 움직여도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면서 “일 마치고 집에 가면 완전 녹초다. 20년 넘게 하는 일이지만 더위는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화오션 안전관리자가 '찾아가는 얼음생수' 활동으로 오후 쉬는 시간 휴식을 위해 하선하는 작업자들에게 얼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안전관리자가 '찾아가는 얼음생수' 활동으로 오후 쉬는 시간 휴식을 위해 하선하는 작업자들에게 얼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조선소 노동자에게 여름은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선박 제작 공정 대부분이 야외나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탓이다.

특히 올여름은 유난히 짧았던 장마 탓에 폭염이 더 일찍 찾아오면서 유난히 더 힘겹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조선업계가 모처럼 맞은 수주 호황을 맞아 3년 치 일감이 쌓였다. 여름 집중휴가까지 목전에 일손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선소마다 혹서기 대책을 발빠르게 내놓으면서 지친 노동자들을 달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폭염 안전관리 시행을 열흘가량 앞당기고, 취약 현장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이동형 온열질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작업장이라도 생산 계획과 일정에 따라 폭염에 노출되는 상황과 정도가 바뀌는 특성을 고려한 조처다.

물량이 최근 늘어나면서 투입 인원이 늘어난 해양플랜트 건조 구역에는 냉방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냉방버스를 추가로 확보해 9월까지 작업 인원이 급증한 곳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안벽 작업장 등 실외 작업이 빈번한 곳에는 하루 300개 이상의 얼음생수를 제공한다. 한화오션이 작년 여름 보급한 얼음생수는 178만 개다. 여기에 필요할 때 열기를 삭힐 수 있는 제빙기와 정수기도 150m 간격으로 배치했다.

한화오션이 올해 도입한 냉방버스. 7~9월 작업 인원이 급증한 곳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올해 도입한 냉방버스. 7~9월 작업 인원이 급증한 곳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한화오션 제공

휴식 시간과 공간은 일찌감치 확대해 놨다.

현장별로 이동식 대형 에어컨(스팟쿨러)과 차광막, 파라솔은 기본이다. 에어컨, 식염포도당 등이 비치된 임시 휴게실도 현장 곳곳에 마련했는데 현재 확보한 것만 98곳이다. 지난해 대비 3배로 휴식 공간을 늘린 셈이다.

점심시간도 28도 이상 시 30분, 31.5도 이상 시 1시간씩 연장하기로 했고, 점심땐 주 2~3회 갈비탕, 닭백숙 등 보양식을 제공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온열질환 발생은 날씨와 작업장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폭염이 있을 곳을 먼저 찾아가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등 모든 방법을 활용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도 폭염대응TF를 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작업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 개인별로 건강관리 알림톡을 발송해 휴식을 안내하고 에어쿨링자켓과 넥스카프 등 혹서기 용품을 개인별로 제공했다.

또 폭염안전 5대 기본원칙인 물·바람/그늘·휴식·보냉장구·응급조치를 준수하도록 전 사원 교육과 현장점검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점심시간 최대 1시간 연장, 7~8월 고열량 보양식을 통해 건강한 여름나기를 지원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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