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지역 공교육에 인공지능(AI)을 본격 도입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AI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비롯해, AI 기반 진로·진학 설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학교 교육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이 담겼다. 다만 AI의 실효성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교육 현장의 여건을 반영한 정밀한 설계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0일 “AI·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 융합 인재를 기르기 위해 맞춤형 교육 체계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시교육청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도입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정확하고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 능력을 뜻한다. 김 교육감은 “질문하는 힘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핵심 역량”이라며 “학생들은 AI를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는 진로·진학 분야에도 적극 활용된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약 2만 5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와 대학 전형 데이터를 연계한 ‘진학 펜(PEN) AI’를 보급한다. 이 시스템은 대학별·전형별로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수시·정시 대비를 위한 진학 시뮬레이션과 모의 면접 기능도 지원한다. 특히 모의 면접의 경우, 학생부 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응형 문항을 자동 생성해 공교육 안에서도 실질적인 진학 설계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도 교실 수업과 행정에 직접 보급된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맞춤형 학습과 수업 설계, 평가 업무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부산 중·고교 5곳을 ‘AI·빅데이터 중심학교’로 지정해 기초 코딩부터 AI 프로젝트 수업까지 운영하고, AI·SW교육거점센터에서는 로보틱스와 음성인식 등 최신 기술 체험 교육도 강화한다. 아울러 AI 오남용을 예방하고 정보 판별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윤리 교육도 병행된다.
김 교육감은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오늘이 됐다”며 “AI를 단순히 도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생각과 학습 방식을 바꾸는 변화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획은 단기 성과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형 공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에서는 AI 도입에 앞서 체계적인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수업에 실제로 접목하려면 정교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과거 디지털 교과서 도입 당시에도 기기 노후화와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에는 학교 상황을 충분히 반영한 면밀한 계획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