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거기에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수천 년간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시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전남 순천시는 도시 정체성을 ‘대한민국 생태 수도 순천’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시는 이 관점에 기반을 두고 순천만을 오랫동안 생태 환경을 회복하는 거점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순천의 흑두루미 보호 활동은 세계적인 의미를 지니고, 전 세계의 흑두루미 절반 이상이 순천만을 찾을 정도입니다.
순천시와 지역 생태 활동가, 지역민들이 협력하고 지지해서 순천을 생태운동의 세계적인 거점 도시로 성장시켰습니다.
올해 순천시의 중요한 기획 중 하나는 순천에코칼리지입니다. 영국 데번주 토트너스(Totnes)시와 슈마허 칼리지(Schumacher College)의 한국형 모델을 꿈꾸고 있습니다.
슈마허 칼리지는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고, 토트너스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로 돕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전환 마을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전 세계 1500개 마을이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토트너스의 전환 마을 운동은 세계적인 지역 공동체 운동이 되었습니다.
순천과 영국의 토트너스는 오랜 지역 생태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둘 다 바다를 배경으로 가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전라도는 오랫동안 생태적 각성을 기반에 둔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들어오는 곳입니다. 이런 다양한 배경을 두고 순천에코칼리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두 달 정도 공부를 하며 학생들도 적응하고 있고, 지역 사회도 새로운 상상력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이 노력이 아름다운 결실을 보길 기도합니다.
‘주역’의 스물두 번째 괘인 비괘(賁卦)는 산화비(山火賁)로 읽습니다.
어두운 밤 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불빛이 비쳐오는 모습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오랫동안 살면 그 아름다움의 힘이 내면화되어서 어느 시간이 되면 그 사람의 꾸밈에서 아름다움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오러가 생겨나서 존재 자체로 아름다워집니다.
비괘는 이런 아름다움을 백비(白賁)라고 불렀습니다.
순천에코칼리지 학생들과 순천 시민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이루시길 기도합니다.
彖曰 賁亨. 柔來而文剛 故亨. 分剛 上而文柔 故小利有攸往 天文也. 文明以止 人文也.
(단왈 비형. 유래이문강 고형. 분강 상이문유 고소리유유왕 천문야. 문명이지 인문야.)
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
(관호천문 이찰시변. 관호인문 이화성천하.)
소박함(柔)으로 화려함(剛)을 완화한다. 화려함(剛)을 작게 나누어 소박함(柔)을 드러낸다.
아름답지만 지나치지 않은 것이 하늘의 아름다움(天文)이다.
사람 사이의 도리인 인문(人文)에도 이런 자기 절제가 있어야 한다.
천문은 시간의 변화를 통찰할 수 있고, 인문은 세상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象曰 山下有火 賁 君子以 明庶政 无敢折獄.
(상왈 산하유화 비 군자이 명서정 무감절옥.)
산 아래 불이 비치는 작은 마을처럼 소박하고 아름답다.
서민을 위한 밝은 정치는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게 하더라도 감옥을 없애지는 않는다.
6효. 上九 白賁 无咎.
(상구 백비 무구.)
象曰 白賁无咎 上得志.
(상왈 백비무구 상득지.)
꾸미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빛살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