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작가 쏜턴 와일더가 쓴 희곡 <우리 마을>(Our town, 1938년)은 <위기일발>(1942)과 함께 모두 퓰리처상을 수상한 희곡이다. 부산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여러 번 연극(공연명 ‘우리 읍내’)으로도 공연된 작품이다. 이번엔 발레극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인다.
부산의 대표적인 민간 발레 단체로,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은 김옥련발레단이 연극 ‘우리 읍내’를 발레극으로 재해석한 ‘우리 마을’을 18~19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총 3회(금요일 오후 2시·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공연한다. 이 작품은 부산문화재단 2025 우수예술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김옥련발레단의 창단 30주년 초연작이다. 김옥련발레단은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올해 ‘거인의 정원’과 ‘운수 좋은 날’ 재공연을 마쳤고, 9월엔 ‘의사 장기려’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번 발레극 ‘우리 마을’은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공연이다. 지역 예술인들의 협업이 가장 눈에 띈다. 제작‧출연진이 무려 35명이다. 작품 연출은 ‘우리 마을’ 연극을 세 차례 무대에 올린 적 있는 김동규 경성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1936년생으로 내년이면 구순이다. 김 명예교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작품인데 쏜턴이 소설가답게 일상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죽은 영혼을 통해 아주 잘 묘사한 게 마음에 들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영화 전공에서 연극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해 애정이 남다른 편”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가 전반전인 연출 방향을 정하면, 유상흘 연출가가 조연출로서, 연극적인 부분과 발레를 조화롭게 엮은 공연 대본을 만들어 연습을 이끌었다.
또한 발레극이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인 데다 연극적 요소가 강하고, 출연진의 절반이 배우다 보니 이 접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관건이었다. 김옥련 안무 예술감독은 “좋은 작품의 흐름과 중요한 내용을 춤으로만 풀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원작을 살리면서 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무용수도 대사를 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예술감독은 “극 중 남자 주인공 조지 역할은 무용수 김민찬이, 여자 주인공 에밀리는 배우 이은주가 각각 맡는데, 무용수가 대사도 치고, 배우는 춤도 춰야 해서 이들의 새로운 역량도 확인한 건 커다란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즉, ‘우리 마을’의 보편적인 테마와 강력한 메시지를 발레와 무용, 연기(마임)를 통해 더욱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공연 기획을 맡은 방도용도 “극단적인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시대에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고, AI(인공지능)와 컴퓨터의 온라인망과 손안에 쥔 스마트폰으로 점철되는 선택의 이원화 속에 과연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연출 김동규, 조연출 유상흘, 안무 예술감독 김옥련, 작·편곡 박철홍 등이다. 출연진은 배우 김혜정 서원오 우명희 방도용 이은주 이크신, 노래 양근화 임성규, 춤 서혜인 함수경 김민경 서정애 김민찬 김민영 백인규 이이슬 최수연 서건혁 황세민 김옥련, 그리고 숲속어린이발레단이다. 관람료 5만 원(30인 이상 단체는 3만 원). 6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1-626-9486.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