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문화의 정수를 담은 울산 울주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등 2종의 바위그림 유적을 일컫는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시대 포경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유산 등재에 발맞춰 반구천 암각화 관광자원화 작업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여전히 수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선사인들이 남긴 인류 최고의 걸작에 걸맞은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단계를 선사인의 창의성과 탁월한 관찰력으로 풀어낸 걸작”이라며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사실적 묘사와 독특한 구성은 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입증한다”고 평가하며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1970~1971년 각각 발견된 반구천 암각화가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등재로 전 세계로부터 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특히 등재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한적했던 암각화 유적지 일원에 최근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도 이번 등재 결정에 발맞춰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5대 분야 22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핵심 사업으로 오는 2027년까지 유적지 인근에 세계암각화센터를 건립해 암각화 유산 연구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반구천 일대를 세계인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체험형 테마공원과 체류형 관광 문화마을 조성, 역사문화탐방로 개설, 가상현실 기반의 콘텐츠 개발도 추진한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암각화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대책을 수립, 후대에 이 자랑스러운 세계유산을 제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준공된 사연댐의 영향으로 1년에 상당 기간 동안 물에 잠긴다. 인류 걸작으로 인정받을 만큼 위대한 유산이지만 발견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울산시는 암각화가 국보라는 이유로 관리 주체인 정부에 책임을 미루고,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제 반구천 암각화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더 많은 전문가와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다. 자칫 국격 추락과 큰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울산시도 정부 탓만 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시가 전향적인 자세로 최대한 빨리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영구적인 침수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