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부산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아파트값은 3주 연속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기대감에 지역 내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인데,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한 ‘분양 대어’들의 성적표가 앞으로의 상황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수영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6월 다섯째 주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3주 연속 이어갔다. 해운대구 역시 6월 마지막 주에 0.02% 오르며 상승 전환했고, 오름세가 3주 연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부산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 둘째 주에도 0.02% 떨어지며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제외한 부산 14개 구·군은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지만,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에 주거 상급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는 부산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 지역 내 집값 양극화 수준을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을 따져봤을 때, 부산은 2015년 3.7배였으나 올해 6월 기준 6.3배로 크게 높아졌다. 5분위 배율은 주택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전국 6대 광역시를 놓고 봐도 부산이 가장 높았다. 부산의 뒤를 이어서는 울산(6.2), 대구(5.4), 광주(5.3), 대전(5.1), 인천(4.5) 등의 순서였다. 특히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해운대구의 5분위 배율은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세종시 등에 있는 125개 시군구 가운데서도 가장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특정 권역(동부산권)에 주거·상업·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무리해서라도 상급지로 올라 타자’는 수요가 유독 많은 게 원인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달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39층(59평)은 23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전고점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인근에 위치한 대우월드마크센텀 26층(57평) 역시 20억 원대에 매매 계약을 체결해 부동산 호황기 때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산의 분양 대어들이 청약 일정에 돌입하며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재송동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CY) 부지에 건립되는 ‘르엘 리버파크 센텀’은 21일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22일 1순위, 23일 2순위 청약 등을 실시한다.
이 아파트는 롯데건설이 지방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이 적용된다. 견본주택 오픈 첫 주말에는 3만 3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기대감이 실제 관심으로 이어졌음을 증명했다. 평일에도 방문객이 줄을 이으며 부산에서는 4년여 만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체)이 떴을 정도였다.
수영구 남천동 옛 메가마트 자리에 선보이는 ‘써밋 리미티드 남천’ 역시 내달 분양을 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부산진구의 옛 NC백화점 서면점 자리에도 서면권역 첫 하이엔드 아파트인 ‘서면 써밋 더뉴’가 다음 달 분양 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들 단지의 성적이 중요한 이유는 청약 이후 결과에 따라 일종의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아파트값이 회복되더니 온기가 서울 전체로 퍼져나간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대출 규제에 막힌 일부 서울 투자자들은 벌써 ‘미니 버스’를 대절해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며 “해운대와 수영이 먼저 좋아지면 남구와 부산진구, 연제구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어 청약 성적표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