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미국 자회사 매출 부풀리기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기로에 섰다.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국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밸류에이션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회계전문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24일 심의를 열어 금감원의 SK에코플랜트 감리 결과를 논의한다. 지난주 1차 심의를 개최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앞서 금감원은 SK에코플랜트가 고의적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 고발, 전 대표이사 해임, 수십억 원 규모의 과징금 등을 원안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 위반 동기는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뉘는데, 고의가 확정될 경우 형사 고발과 임원 해임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가 뒤따른다.
금감원은 SK에코플랜트가 2022~2023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매출을 부풀린 정황에 대해 회계 감리를 벌여 왔다.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인 A사의 매출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연결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공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금감원은 SK에코플랜트가 미래에너지 사업 확장 등을 위한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려 한 유인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자회사가 신규 사업에 대해 회계법인 검토를 받아 과거 회계처리를 한 건”이라며 “해당 회계 처리가 IPO와 관련이 없다는 점 등을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리위를 거쳐 증선위에서 이 같은 중징계안이 확정될 경우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SK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일정이 지연 위기에 놓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진행할 당시 투자자들에게 2026년까지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도 알려졌다. 상장 추진 일정에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SK그룹이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어, 금감원 원안이 확정될 경우 그룹 차원의 신뢰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에 이어 메리츠화재 전 사장 등을 잇따라 검찰 고발하는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점도 SK 측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계열사 회계부정 사건이라는 상징성도 안게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수준을 기존보다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분식회계 행위 또한 강도 높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 이윤수 상임위원은 “자본시장의 물을 흐리는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고의로 회계 분식을 저지른 경영진에는 패가망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