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의 치매
치매환자에게 직접 듣는 치매이야기와 수년간 치매환자를 돌봐 온 의사인 저자의 참여 관찰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환자가 직접 털어놓는 그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 환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의사로서 설명하고,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으로서 방법도 알려주며 진정으로 ‘우리 앞의 치매’를 어떻게 대할지를 안내해 준다. 김영훈 지음/푸른길/244쪽/2만 원.
■우리들의 드라마
2023년 봄, 노회찬재단이 기획한 ‘구술생애사 강좌’가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누구의 삶도 가볍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아 아홉 명의 생애사를 기록했다. 구술자와 기록자, 주인공과 응원자,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말하고 그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고자 했던 아홉 쌍의 ‘우리’가 일군 빛나는 성취. 노희찬재단 구술생애팀 지음/후마니터스/352쪽/2만 원.
■정말이지 제로웨이스트샵만큼은 할 생각이 없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의 단골 손님이 숍을 운영하기까지의 이야기.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은 그 어느 것보다 치열하고 주체적인 일이다. 제로웨이스트가 한때의 유행으로 남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친환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와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이벤트를 기획하고 성실하게 상점으로 출근한다. 흔적 지음/산지니/200쪽/1만 7000원.
■교차된 편지들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편지로 이어간 삶과 우정, 예술의 동행기이다. 세잔 사후 120주년을 앞두고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30년간 주고받은 115통의 편지를 완역한 책이다. 2016년 프랑스 갈리마르 판을 저본으로 하여, 졸라 연구의 권위자 앙리 미테랑이 시간순으로 배열하고 상세한 해설을 추가했다. 앙리 미테랑 엮음·나일민 옮김/소요서가/636쪽/3만 2000원.
■지금부터 조선 젠더사
먼저 조선 젠더와 관련된 법과 제도, 병풍에까지 새겨서 사생활까지 파고들게끔 만든 시집살이 지침서를 분석한다. 이어 남성이 이룩한 유교 젠더 규범에 대응한 여성의 모습을 소개한다. 조선 여성은 주변부의 사람으로서 스스로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책은 남성의 기록 속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냈다. 하여주 지음/푸른역사/160쪽/1만 5000원.
■꽤 낙천적인 아이
풋내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우리 마음을 위로하는 낙천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면서도 삶의 서늘한 고됨을 놓치지 않으며 무서운 신예의 출현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스탠드업 코미디 서사가 지닌 특유의 통제 형식 안에서 더 분발하는 일탈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원소윤 지음/민음사/272쪽/1만 5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