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마감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 대통령실은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상황에서 자동차 분야에 대한 관세율이 15%로 확정된 점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12.5%를 주장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5%'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정부 출범 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미 양국 간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으로 미국과 조선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점을 꼽았다.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중 1500억 달러를 조선업 전용 펀드로 설정했다. 나머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는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집중됐다. 김 실장은 우선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세계 최고의 설계 건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힘을 합한다면 자율 운행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 분야 이외에도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도 2000억 달러로 조성된다. 김 실장은 "펀드의 투자 분야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펀드 운영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고, 합리적이고 상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우리보다 앞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협상 결과를 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우리는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더욱이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펀드 규모는 2000억 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우리 정부가 농축산물 시장을 방어했다고도 밝혔다. 김 실장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미국 소고기 수입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축산물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 등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해서 우리가 추가 개방을 막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은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확정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마지막까지 12.5%를 당연히 주장했지만 미국 측 의사결정 과정을 들으시겠지만 '(협상단이) 우리는 이해하는데 대통령은 모두 15%다' 이렇게 해서 (결정됐다)"며 "(12.5%를 고집하면) 여러 틀이 흔들리고(해서 못했다). FTA라는 것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4월 1일 이후 일련의 미국 관세와 관련해 각 나라에서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보면 WTO 체제나 FTA나 이런 체제하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금 전개가 되고 있다"며 "체제 자체가 많이 지금 많이 바뀌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 굉장히 아쉽다"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